"우크라 전쟁에 저개발국 식량난 … 선진국 원조 턱없이 부족"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2024. 2. 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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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는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저개발국가가 받는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일례로 아프리카 식량 가격이 급등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식량 생산이 줄고 비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뉴스로 잘 다뤄지지 않죠."

빌 게이츠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각국이 세계 보건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0.7%를 원조하는 데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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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고시 빌게이츠재단 정책부문 대표
우크라서 비료 공급 막히자
아프리카 식량 가격 치솟아
韓기업 등과 50여 기술 개발
백신 등 개도국 의료에 도움
가지 고시 빌&멀린다 게이츠재단 글로벌정책부문 대표가 지난달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채웅 MBN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는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저개발국가가 받는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일례로 아프리카 식량 가격이 급등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식량 생산이 줄고 비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뉴스로 잘 다뤄지지 않죠."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이하 게이츠재단)은 국제 보건·의료 증진과 빈곤 퇴치를 주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아내인 멀린다 게이츠와 설립했다. 게이츠재단은 올해 전 세계 비영리단체 사상 최대 규모인 86억달러(약 11조4000억원)를 보건·의료 분야에 지출할 계획이다. 말라리아, 소아마비, 산모 사망을 줄이는 새로운 백신 개발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빌 게이츠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각국이 세계 보건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0.7%를 원조하는 데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매일경제는 지난달 다보스포럼 기간 중 게이츠재단의 가지 고시 글로벌정책부문 대표(president)를 만났다. 고시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분쟁이 가장 취약한 계층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국제 원조 분야에서 모델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국가"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가자지구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츠재단은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우리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 일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아프리카 식량 가격이 크게 올랐다. 우크라이나는 농경지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또 우크라이나는 가장 효율적인 비료 원료를 생산하는 나라다. 비료 공급이 감소하니 아프리카의 농업 생산성도 저하됐다. 우리 팀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아프리카에서 기아가 급증하는 것을 목도했다. 이에 재단에선 캐나다산 칼륨처럼 우크라이나산 비료 원료를 대체할 원료를 찾는 데 노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 재건과 가자지구 난민을 위해 보다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

―빌 게이츠는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각국이 GDP의 0.7%를 세계 보건을 위해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발 원조에는 어느 정도를 써야 한다고 보는가.

▷많은 국가가 재정 여력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만큼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부분 국가 예산에서 개발 원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0.03~0.04%다. (정치인은) 마치 이런 원조액이 마치 자국 예산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론 1%도 안 되는 것이다. 선진국 예산 규모를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비중이다.

―한국도 국력에 걸맞게 전 세계 개발 원조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배우는 가장 멋진 사례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됐고, 산업강국이 돼 기술과 노하우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정말 멋진 일이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발전 경로를 참고할 수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게이츠재단 입장에서도 한국은 미국, 프랑스 등과 다른 매우 특별한 파트너로 느껴진다.

―한국 기업과도 함께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정부는 물론 바이오 기업과 협력해 개발 중인 기술이 50여 개에 이른다. 한국 기업과 협력할 때면 특별한 무엇인가를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가 든다. 일례로 SK는 백신과 진단 관련 제품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중요한 파트너다. 그 덕분에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산모들을 에이즈로부터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했으면 한다.

―게이츠재단에서 하는 활동의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싶다. 보건, 원조라는 단어로는 사실 잘 체감되지 않는다.

▷작은 혁신을 통해 인류에 큰 기여를 하길 원한다. 좋은 예가 백신 온도계다. 백신을 전 세계로 옮기다 보면 온도 변화가 큰데, 이렇게 되면 변질될 수 있다. 우리는 백신 병에 특수한 온도계를 부착했는데, 이를 통해 백신 온도가 허용 범위를 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의료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도 관심 사항 중 하나다. 우리는 외과수술에 사용되는 드레이프(수술용 천)를 개당 1달러에 공급하고 있는데, 덕분에 (저개발국가에서) 수술이 훨씬 수월해지고 있다. 빌 게이츠는 이 가격을 더 낮춰 70센트에 공급하고 싶어한다.

[다보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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