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향후 7년간 빠르게 발전 … 기술력 강한 한국 미래 밝아"
자율주행 등 반도체 수요 늘어
2030년 1조달러 규모로 성장
반도체 설계 바꾸면 성능 향상
기업별 독자적 제품 증가 전망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자립도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습니다."
막스 미르골리 IMEC 부사장(사진)이 지난달 31일 매일경제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참석차 방한한 그는 반도체 산업이 향후 7년간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며 산업 내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미래도 밝게 점쳤다.
미르골리 부사장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다양한 공급망 포트폴리오와 문제 해결 능력에 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인데,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파운드리 역량도 쌓아가고 있다"며 "지금 당장 전 세계 국경이 셧다운된다면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르골리 부사장은 2019년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한국이 위기에 빠졌지만 이를 빠르게 수정했다고 봤다. 그는 "한국은 소재 공급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한 순간 정부를 필두로 국산화에 나섰다"며 "문제를 수정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전자제품 수요 감소로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발생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부터 회복기에 들어선 반도체 시장은 급증하는 수요에 힘입어 2030년에는 1조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리서치 업체 세미(SEMI)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5560억달러로 집계됐다. 40여 년 만에 달성한 규모다. 불과 7년 만에 반도체 시장 규모는 80%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수요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생명과학 등 새로 등장한 기술이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르골리 부사장은 "테슬라는 아직 자율주행 2단계까지밖에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엄청난 개수의 반도체를 사용한다"며 "자율주행 완성 단계인 5단계가 되면 얼마나 많은 반도체가 탑재될지 상상해보라"고 전했다.
내연기관차는 일반적으로 200~300개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반면 전기차는 1000개 이상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반도체 시장은 사용량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한 제품이 널리 쓰이는 '반도체의 민주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는 '범용' 반도체로 대부분 산업의 수요가 충족됐지만 지금부터는 각 기업이 각자의 아키텍처로 반도체를 설계해 생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르골리 부사장은 "아키텍처만 바꾸면 비용은 동일하면서도 훨씬 더 나은 성능을 지닌 서버칩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기업들이 저마다의 반도체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미르골리 부사장이 몸담고 있는 IMEC는 첨단 반도체 미세 가공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EUV처럼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이끌 핵심 기술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특정 기술보다는 차세대 초미세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아키텍처를 가능케 하는 전 공정의 변화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르골리 부사장은 26년간 업계에 몸담은 반도체 전문가다. IMEC에 합류하기 전 그는 반도체 장비 기업 ICOS(KLA에 합병)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으며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 자동화 및 컨트롤 사업부에서 수석부사장으로 일했다.
IMEC는 1984년 벨기에 루뱅(뢰번)에 설립된 비영리 반도체 국제연구기관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협업하며 산업의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한다.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유럽 출장 중 IMEC 경영진을 만나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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