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서평연대 서른여섯 번째[출판 숏평]
■디 임플로이(올가 라븐 지음 / 이수현 옮김 / 다람)
인간 직원과 생체물질 포드에서 생산된 인간형 직원이 함께 일하는 우주선 ‘6000호’. 그곳의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평가하기 위한 개별 면담을 실행한다. 일을 위해 가족과 고향을 떠난 인간은 향수병에 빠진 채 체념한 듯 살아가고, ‘자신이 살아 있는 게 맞는지’에 의문을 품는다. 반면 오로지 일을 위해 태어난 인간형 직원 중 일부는 ‘자신이 왜 살아 있는 게 아닌지’를 묻는다.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누가 인간이고 누가 인간이 아닌지, 누가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종국에는 해당 우주선에서 인간성을 인정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진실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디 임플로이’는 오로지 생산성에만 눈이 먼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비극을 22세기의 어느 직장을 통해 보여준다. 이로써 인간과 비인간의 생산성 우위를 따지는 일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모든 개인이 각자 하는 일 이상의 존재’임을 일깨운다. (현다연 / 출판편집자, 9N비평연대)
■코드 브레이커(월터 아이작슨 지음 /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크리스퍼(유전자 가위, 기존의 유전체에 인간이 원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하는 기술)로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의 전기다. 책에 나온 크리스퍼의 기술을 읽다 보면 세상에 만연한 신체적 장애의 불편함, 사회적 차별이 해소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된다.
문제는 지금처럼 소수자를 향한 존중과 사랑이 생겨날까? 예술과 문화가 생겨날까? 장애나 인권·동성애 등의 문제로부터 어떻게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지라는 의견보다 무심하거나 타자화해 버리는 분위기가 공고해질 우려가 있을 것이다. 유전자 풀(Pool)이 좁아져 도리어 인류의 사고가 편협해져 버릴 우려가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생명윤리 문제도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을 것이다. 책에 기술된 유전자 편집 아기가 실제로 나온 것을 보면서 기술의 발전이 과연 인류에게 어떤 유익이 있는가, 어떤 문제를 야기할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사회가 변해도 인간에겐 지혜라는 것이 있다. 크리스퍼로 자신의 장애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장애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살겠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인간은 예측을 벗어나 다양성을 만들어 내기에. 고로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최상현 / 서점원, 9N비평연대)
■뒤를 보는 마음―우리 시대의 시인 8인에게 묻다(노지영 지음 / 교유서가)
문학평론가 노지영은 신용목 시인과 나눈 이야기를 적으며 ‘시인은 그렇게 살겠지’라는 제목을 붙였다. 당신에게 시가 뭐냐고 묻자 시인은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세상의 언어가 다 타 버린 다음에도 출렁이고 있는 바다 같은 게 있다면 그것이 시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슬픔이나 고통이 있다고 할 때, 제가 그 슬픔과 고통을 쓰는 게 아니라, 시가 그것을 저에게 허락하는 거 같다고 느끼거든요. 시는 그렇게 출렁여도 된다고 허락하는 존재죠.” 시를 대하는 이런 태도를 보고 나서, 그의 시를 다시 읽으면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세계가 활짝 열린다.
“가장 높은 곳에 깃을 단다 / 오직 사랑은 /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 먼지도 / 솜털도 아니게 / 그것이 아니면 흩어져 버리려고 / 그것이 아니면 부서져 버리려고 / 누군가 나를 참수한다 해도 / 모가지를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다.”
신용목 시인의 ‘민들레’ 중 한 대목이다. ‘시는 그렇게 출렁여도 된다고 허락하는 존재’라는 말은 이제 그의 시를 이해하는 더 없이 좋은 단서가 됐다.
노지영은 바로 이런 절묘한 지점들을 찾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시의 사운드를 1000배로 증폭해서 결국은 귓구멍에 쑤셔 넣는 파워앰프 같은 책. (김성신 / 출판평론가, 9N비평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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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엄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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