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족쇄 벗은 이재용…'뉴삼성' 고삐 당긴다

김종성 2024. 2. 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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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전부 무죄…대규모 투자·M&A 의사결정 속도 낼 듯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9년째 이어온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이 회장의 '뉴삼성' 추진 동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1심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기소 후 1252일, 약 3년 5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제기된 혐의 모두 무죄"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았을 당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1일 기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뉴삼성' 구축 속도 전망…대규모 투자·M&A 기대감 고조

아직 검찰의 항소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되며 이 회장의 '뉴삼성' 구축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의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공지능(AI),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로봇 등 분야에서 기업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 2017년 9조원을 투자해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한 이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형 M&A가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부터 매년 대형 M&A 가능성을 시사해 왔지만,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대규모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해왔을 것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M&A용 '실탄'은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순현금은 79조6900억원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당시 투병 중이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을 대신해 삼성전자의 최고결정권자 역할을 하며 14건의 M&A를 성사시킨 바 있다.

삼성은 앞서 이 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인 지난 2021년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조만간 대형 투자 계획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은 앞서 2018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지 6개월 만인 2018년 8월에도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그 중 130조원은 국내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2년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미국 대통령 공식 인스타그램]

◇ '비상경영' 삼성전자…반도체·스마트폰 '1등' 재탈환 시동

삼성전자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이 회장의 과제다.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13년 만에 애플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도 인텔에 내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가전 업황 부진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5%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더욱이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기업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물가·고금리 등 복합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은 이런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임원 연봉 동결 등 고강도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17일 1심 선고를 앞둔 최후 진술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고,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는 물론 전 세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벌어지는 이런 일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위기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법 리스크를 덜면서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등기임원은 미등기임원과 달리 이사회 구성원으로 기업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진다. 현재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4대 그룹 총수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난 2022년 10월 27일 이 회장의 승진 안건을 의결하며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제시한 바 있다.

경제단체들도 이 회장의 1심 무죄 판결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판결은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과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이사는 "최근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현재의 여건을 감안하면 판결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삼성이 더욱 진취적인 전략을 통해 AI 등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딩(선도) 기업으로서 국민으로부터 보다 신뢰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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