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은 봉지에 생닭 들고 "잘 하겠습니다"…설 민심 공략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으며 민심 청취에 나섰다. 한 위원장이 전통시장을 찾은 건 지난 2일 경기도 구리 전통시장을 찾은 이후 사흘 만이다. 2일 경기 구리, 3일 경기 김포, 이날 서울 동대문까지 연일 이른바 국민의힘의 '도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방문하며 '수도권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갈색 후드티에 운동화 차림을 하고 등장한 한 위원장은 이날 시장에서 곶감, 건어물, 밤, 삶은 옥수수, 대추 등을 현금과 온누리 상품권 등으로 구매했다. 번데기와 어묵, 호떡을 먹으면서 민생경제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인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시장을 찾은 한 위원장에게 '수인분당선 증차' 문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2시간에 1대 운행 웬 말이냐' '출퇴근을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한 위원장에게 수인분당선을 증차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 위원장은 이들이 들고 있던 손피켓을 직접 들어 보이기도 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경동시장 골목에서 기자들을 만나 "(수인분당선이) 청량리역에서 연결되는 노선이어서 여기(경동시장)에 계신 분들도 수인분당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다. 한 위원장이 (수인분당선 증차 요구에 대해) 피켓을 들어 보이며 챙겨보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을 둘러본 한 위원장은 차량에 탑승하기 전 마지막으로 구매한 생닭과 황태포를 들며 "감사합니다. 잘 하겠습니다"라고 연신 인사를 했다.
이후 경동시장 내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찾은 한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데 경기가 굉장히 안 좋다"며 "우리가 더 노력하겠다는 마음,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커피전문점을 찾은 배경에 대해 "(해당 지점은)판매되는 모든 제품마다 300원의 적립기금을 마련해 경동시장 상인회에 제공하는 상생 협약을 맺은 곳이라고 들었다. 이런 식의 상생 모델은 모두에게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일부러 찾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적용할 비례대표 배분 방식과 관련해 준연동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비례대표제를 '게리맨더링'(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변경하는 것)하는 건 처음 봤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비례대표제에 관해 2020년 경부터 2024년 2월 오늘까지 이재명 대표가 얼마나 말이 바뀌었는지를 한번 비교해봐 주시기를 바란다"며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철학을 담아서'이건(위성정당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는데 도대체 이 대표가 하는 말을 어떻게 국민이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듣고 (방침을) 바꾼 것인가"라며 "(민주당에서) 병립형으로 돌아가자고 전제한 뒤 상황이 바뀐 이유는 당의 내부 싸움 말고는 없다. 그것에 왜 국민이 영향을 받아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아직 지금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입장만 나왔을 뿐"이라며 "선거제는 원래 합의다. 아직 저희(국민의힘)는 합의해준 적이 없고 가야할 길은 많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한시 적용됐던 '캡 조항(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비례대표 적용, 17석은 병립형 배정)' 협상 여부와 관련해 한 위원장은 "30석이냐, 40석이냐, 50석이냐에 필연적인 이유가 있냐"며 "너무 복잡하다. 민주당은 국민들은 몰라도 된다고 얘기했는데 국민이 몰라도 되는 선거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통한 목표는 국민의 이익 실현"이라며 "지금 이건 민주당의 이익 실현, 이재명의 이익 실현을 위한 선거제도다. 이렇게 정치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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