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무죄'에 삼성 '변화의 시간'...'미래동력·컨트롤타워 ' 주목

임동욱 기자, 유선일 기자 2024. 2. 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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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식 뉴 삼성' 시동 걸듯...초격차 유지·미래 먹거리 확보·그룹 시너지 제고 전망 (상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와 관련해 "합병의 주 목적이 이 회장의 승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히며,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살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무죄는 검찰이 2020년 9월1일 이 회장을 기소한 지 1천252일, 약 3년5개월 만이다. /사진=임한별(머니S)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 삼성이 9년째 겪은 '사법 리스크'에서 일단 벗어났다. 미래 먹거리 발굴과 관계사 간 시너지 제고 등 ' 뉴삼성' 구축을 위한 이 회장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1심 재판부 "모두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들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15년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춰 제일모직에 합병되도록 개입했다며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사업상 필요에 따른 경영 판단이라고 반박해 왔다. 두 회사 합병 목적이 부정하지 않고, 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만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업적 목적도 인정된다"며 "두 회사간 합병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줄 의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당시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최서원씨(개명 후 최순실) 측에 말 3필 등 86억원 규모의 뇌물을 건넨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이 삼성물산 의사를 배제하거나 의사에 반해서 합병이 추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분식회계 고의를 인정하기 힘들고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고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정당성 인정받아..."현명한 판단 내려준 재판부께 감사"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 후 변호인단이 입장문을 전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와 관련해 "합병의 주 목적이 이 회장의 승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히며,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살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무죄는 검찰이 2020년 9월1일 이 회장을 기소한 지 1천252일, 약 3년5개월 만이다. /사진=임한별(머니S)

이 회장 변호인은 재판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검찰 항소에 어떻게 대처할 지를 묻는 질문엔 "지금 더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며 함구했다.

이 회장은 이번 재판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과 연관 관계가 있는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 받게 됐다. '적법한' 승계자로서 그동안 감당해야 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운신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그동안 3년 5개월 동안 106차례 재판이 열렸고 이 회장은 이 중 대통령 해외순방 등 주요 일정 참여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95차례 법원에 직접 출석했다.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직후로 국한해 봐도 33차례 서초동으로 향했다. 재판 일정 탓에 조부인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36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사법리스크로 인해 삼성의 경영 행보도 제약 받아 왔다. 4대그룹 회장 중 '무보수'와 '미등기' 상태인 오너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삼성이 오너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래 먹거리 발굴의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중소형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투자 발표가 꾸준히 이어졌으나, 대형 M&A는 7년 전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다.
삼성 "공식입장 없다"...조심스러운 모습 유지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첫 조 단위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1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액은 67조원,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74%, 77.88% 감소했지만,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1.65%, 영업이익은 258.21%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걸린 깃발. 2023.10.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삼성은 이번 1심 판결에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고무된 모습이다. 재계도 이번 판결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무죄 판결 후 퇴장하는 참관객 속에선 "잘됐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현장의 삼성 임직원들은 말을 아꼈지만,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전부 무죄)까지 나올 줄 몰랐다"며 "표정관리를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1심 선고 이후 검찰 항고로 재판이 계속 이어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3~4년 더 걸릴 수 있다.
'이재용식 뉴 삼성' 시동 기대...주력사업 강화 급선무·미래 먹거리 발굴 절실
일단 재계는 판결 이후 삼성의 미래 행보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일단 '불법' 족쇄에서 벗어난 이 회장이 자신감을 갖고 본인의 경영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은 이 회장 주도로 주력사업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은 '예전같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의 '초격차'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내 치열한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임에도, 최근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일부 영역에서 경쟁업체에 주도권을 내주는 수모도 겪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선 1위 TSMC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휴대폰, TV/가전 등으로 구성된 기존 '황금 포트폴리오'의 위력도 이제 효력을 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중심으로 조속히 새판 짜기에 나서야 할 시점인 만큼, '오너' 총수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7년 만에 '컨트롤 타워' 부활하나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해체됐던 그룹 '컨트롤 타워'의 재건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 전체 현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던 미래전략실은 국정농단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돼 2017년 2월 공식 해체됐다. 2016년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에 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히고 해체를 선언했다.

현재 미래전략실의 기능은 △삼성전자(사업 지원) △삼성물산(설계·조달·시공) △삼성생명(금융 경쟁력 제고)중심의 태스크포스(TF)팀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 내부에선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래사업을 책임질 M&A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어렵고, 계열사 간 세밀한 교통정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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