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사법농단 의혹' 1심 유죄…法 "사법행정권 사유화"(종합2보)

박현준 기자 2024. 2. 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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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당시 실무자
재판개입·헌재 정보 수집 지시 혐의 등
1심, 일부 혐의 유죄 판단…징역형 집유
"사법부 독립에 대한 신뢰 해하는 범죄"
"전철 밟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 물어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2.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법관 중 두 번째 1심 유죄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부장판사 김현순·조승우·방윤섭)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재항고이유서 관련 검토 지시 및 청와대 전달 혐의 ▲국회의원 사건 관련 검토 지시 혐의 ▲헌법재판소(헌재) 파견 법관에 대한 사건 정보 및 자료 수집 지시 혐의 등을 유죄로 봤다.

반면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상고 사건 관련 직권남용 혐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국가권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해야 할 피고인의 책무에 반하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하는 범죄로 그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특정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토도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했다"며 "이런 검토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해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헌재 파견 법관에게 헌재에서 심리 중인 사건의 비공개 정보와 자료를 요청해 획득했다"며 "이는 헌재의 본래적 기능을 해할 우려가 있는 죄질이 나쁜 범죄로 그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나아가 "피고인은 국가가 부여한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하여 특정 국회의원이나 청와대를 위한 목적에 이를 이용했다"며 "사법행정권을 행사하는 법관들이 다시는 피고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법농단'이나 '재판거래'에 관한 의혹들은 수사가 이뤄지며 '심의관들에게 부적절한 보고 작성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혐의만 남게 됐고, 이런 혐의사실들도 대부분 범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유죄인 범행들도 대부분 피고인이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들이거나 예산에 관한 범행들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1월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농단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27. mangusta@newsis.com

그러면서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돼 오랜 기간 질타의 대상이 됐고, 긴 시간 동안 유죄로 판명된 사실보다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만 했던 일종의 사회적인 형벌을 받았다"며 "이 사건 범죄와 관련해 500일이 넘는 기간 구금되며 자신의 과오에 대해 반성도 했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임 전 차장은 선고를 마치고 나와 "오랜 재판이었는데 한 말씀 해달라", "법원 구성원들에게 할 말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8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기소 후 5년여 만에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임 전 차장을 '사법행정권 남용의 핵심 책임자'로 규정하고 그에게 징역 7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임 전 차장은 최후진술에서 "공소장 곳곳 난무하는 허상과 과도한 상상력에 기한 추단이 엄격한 형사법상 법칙에 따라 증명되도록 판결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의혹 사태로 기소된 사법부 관계자 중 마지막 1심 선고를 받은 피고인이었다.

검찰은 이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법관 14명을 재판에 넘겼고, 지난달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총 13명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이미 나왔다.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유해용·이태종 법관은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역시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 개입과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이들은 2심에서도 유죄를 받아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h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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