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지연 목적"…검찰 '인천 전세사기' 건축왕 법관기피 기각 촉구

소송 지연 목적 명백할 때 기피신청 기각 가능

건축왕 조직 피해 아파트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검찰이 인천 미추홀구 일대 수백억대 전세사기 혐의를 받는 주범 60대 건축업자(일명 건축왕)가 낸 법관 기피신청을 기각해달라고 법원에 촉구했다.

인천지검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62·남) 측이 낸 법관 기피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천지법에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3월15일부터 올해 1월17일까지 약 10개월 동안 피해자들을 포함 100명 이상의 증인들을 신문하고, 변호인들과 협의 하에 공판기일을 지정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A씨의 재판부 기피신청은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며 "다수의 피해자가 심각하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신속히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기피신청이 있을 때에는 소송을 정지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법 제20조1항에 따라 기피신청이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할 때는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이 이를 기각할 수 있다.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7일 진행될 예정인데, 담당 법관이 기피신청을 기각한 뒤 선고를 내릴 수 있다.

앞서 A씨 측은 지난 1일 인천지법에 법관 기피신청을 했다. A씨의 변호인은 "재판부는 이 사건과는 무관한 깡통전세의 예를 들면서 유죄의 심증을 숨기지 않았다"며 "게다가 재판장은 지난달 17일 공판에서 변호인들이 금융기관 사실조회 등 입증할 것이 남아 있다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퇴직이 예정돼 있어 선고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결심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22년 1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191명을 속여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1월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A씨는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나 빌라를 직접 건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준공 대출금이나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통해 대출이자를 돌려막으며 2700여채에 달하는 주택을 보유하게 됐다. 이후 자금경색으로 대출이자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자 보증금 반환이나 임차기간을 보장할 의사 없이 전세계약을 체결해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 사이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372채의 전세보증금 약 30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별도로 진행된다. 검찰은 A씨가 회사자금 117억원을 횡령했다고 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도 함께 기소했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