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강력한 리더십' 부재 일본, '총폭탄 축구' 北 평양 원정 가서 이기겠나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서 이란에 극장 페널티킥을 내주며 1-2 패배, 우승의 꿈을 접은 일본의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전술적 대처 능력부터 선수 개개인의 리더십 등 모든 것에서 문제였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모리야스 감독은 지난 2018년 일본 지휘봉을 잡았다. 자국 감독의 역량이 과연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 스페인을 각각 2-1로 이기며 16강에 올라 크로아티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접전을 벌여 아깝게 탈락한 것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튀는 선수는 없지만, 유럽 주요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의 실력이 고르게 향상, 톱니바퀴 조직력을 선보였다. 지난해 9월 독일 원정에서 4-1 대승을 거둔 것은 일본 축구의 실력이 정점에 올랐음을 알렸다. 터프한 튀르키예까지 섬세함을 앞세워 4-2로 깨면서 세계와의 격차가 더 좁혀졌다는 자평도 나왔다.
그러나 일본이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 진출 내지는 언제가 될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회 우승까지 이루겠다는 목표는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웃긴 소리가 되고 말았다.
분명 지난해 11월 월드컵 2차 예선 미얀마 5-0, 시리아 원정 중립 경기를 치러 역시 5-0으로 이기는 순간까지는 일본 축구가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았다.
아시안컵 직전 두 차례 A매치 역시 태국에 5-0으로 이겼고 한국과 같은 조에 묶였던 요르단도 6-1로 완파했다. 파죽지세에 우승까지 가속 페달을 밟으리라는 전망도 우세했다.
하지만, 성격이 다른 단일 대회에서 일본은 크게 흔들렸다, 수비 문제가 부각됐다. 베트남전에서 두 골을 내주며 1-2로 전반을 마친 뒤 온갖 걱정이 쏟아졌다. 그나마 4-2로 승리를 가져왔지만, 불안감은 상존했고 이는 이라크전에서 완벽하게 드러났다. 엄청난 활동량과 몸싸움을 앞세운 이라크에 속수무책이었다. 일본은 신체 조건의 약점을 패싱력으로 극복하려고 했지만, 전투적인 스타일의 이라크에 흐름을 완전히 내주며 1-2 패배로 미끄러졌다.
인도네시아를 3-1로 이기며 D조 2위로 16강에 올라 E조 1위 바레인에는 3-1로 이겼지만, 여전히 답답함을 풀리지 않았고 결국 이란전에서 모든 것에 구멍이 제대로 났다. 롱볼에 대처가 미흡했고 몸싸움에서도 밀리며 1-1 동점이던 후반 추가시간 이타쿠라 코가 페널티킥을 허용해 무너졌다.
일본의 '니칸 스포츠'는 '이타쿠라와 토미야스 다케히로가 떨어지는 볼을 서로 바라만 봤다. 콜 플레이만 했어도 누군가는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누가 리더인지 모르는 혼미한 상태를 크게 노출한 셈이다'라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기반을 다진 시기에는 확실한 리더가 있었다. 2011년 카타르 대회 우승 당시에는 혼다 케이스케라는 특급 미드필더가 주장으로 안팎의 소통을 맡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고 우승이라는 성과를 가져왔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는 요시다 마야(LA갤럭시)가 주장으로 결승까지 일관되게 끌고 왔다. 당시 요시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우스햄턴 소속이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 분위기에 익숙했고 투쟁력도 제대로 무장한 상황이었다. 이란과 4강전에서 사르다르 아즈문(AS로마)이 동료의 뺨을 때리자 뜯어말리면서도 맹수처럼 대응해 3-0 승리를 가져왔다.
이들과 달리 이번 대회는 미드필더 엔도 와타루(리버풀)가 주장이지만, 특색이 없었다. 경기 중 동료들을 독려하며 제대로 해보자는 일종의 카리스마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아시아에서 약점을 노출한 상황에서 당장 3월 북한과의 2차 예선 3, 4차전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된다. 북한은 전력 자체가 100%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시리아에 0-1로 패하고 미얀마를 6-1로 대파한 북한이다. 두 경기로만 파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총폭탄 축구'로 불리는 북한은 일본과 경기하면 전사로 돌변한다. 일본 홈 경기는 잘 치른다고 하더라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의 원정을 과연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쏟아진다.
확실한 과거도 있다. 2011년 11월 15일 평양 원정에서 5만 관중이 일본 대표팀을 압박했다. 경기전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나오자 야유가 쏟아졌다. 좋지 않은 대일 감정의 폭발이었다. 경기 내내 일본이 볼만 잡으면 야유가 이어졌고 파울도 난무했다. 후반 4분 박남철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유벤투스에 입단해 화제가 됐다가 사라진 뒤 다시 등장한 한광성이나 정일관 등 에이스들이 일본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 시리아전에서 엄청난 활동량과 몸싸움을 보여주며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알려줬다.
일본이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느낌대로라면 승점 3점은 담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도 2019년 10월 평양 원정에서 육박전에 가까운 경기를 하며 0-0으로 비기고 돌아온 사례가 있다. 오죽하면 손흥민이 "북한 선수들과의 경기가 정말 거칠었고 심한 욕설도 오갔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라고 할 정도였다.
모리야스 감독이 스스로 재신임을 물은 상태라는 것도 변수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회장이 임기 보장을 말했지만, 재미있는 것은 고조 회장의 임기가 끝났다는 점이다. 당분간 계속 시끄러울 일본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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