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영어 언제부터 할까요?…엄마표·아빠표 학습법 물어봤다
입시 아닌 소통 목적이면 일찍도 가능
중요한 건 학습량 아닌 영어 노출방식
영어 동요 및 영상물로 재미 느끼도록
영어책 읽기 중요…취향·관심사 고려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3학년부터 시작되는 영어 정규 교육과정을 초등학교 1, 2학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조 교육감은 “초교 입학 이후의 영어교육 부재가 영어 유치원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을 촉진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지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논평에서 “조기 영어교육 필요성을 부각해 학부모 걱정과 사교육에 대한 갈증만 불러올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를 제쳐두고라도 영어교육 시작의 적정 시기를 둘러싼 논란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유아기는 언어습득의 황금기로 영어교육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와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영어교육을 언제부터 해야 할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은경(43)씨는 “4살 아들이 우리말 못지않게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해서 월 100만원에 달하는 교육비를 감수하고서라도 영어유치원을 포함한 대안을 찾고 있다”며 “주변의 아이 친구들도 다 하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가 하루라도 빨리 배워야 도움이 되고 뒤처지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인데,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영어 교육법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미취학 자녀의 영어교육은 언제,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과 교육현장에서 쌓은 다년간의 경험을 책으로 펴낸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현서네 유튜브 영어 학습법’의 배성기 작가, ‘초등 영어책 읽기의 기적’의 김민주(미쉘) 작가, ‘확신의 엄마표 영어’의 김지혜 작가, ‘초등 완성 매일 영어책 읽기 습관’과 ‘이은경쌤의 초등영어회화 일력 365’를 쓴 초등학교 교사 출신 이은경 작가가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보내왔다.
의사소통 수단이라면 ‘빨리’
영어교육 시작의 적기는 자녀의 어학 수준과 태도, 그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보편적으로 단어, 독해, 문법 등 입시가 목적이라면 공교육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반면 모국어처럼 다른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한 ‘의사소통’를 위한 언어습득이 목적이라면 취학과 별개로 가급적 일찍 시작하는 편이 낫다.
배성기 작가는 “공교육 체계에서의 영어는 사실상 입시영어에 가까우므로 초3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36개월을 영어 노출의 최적기라고 생각한다”며 “모국어에 익숙해지는 50개월쯤만 되어도 외국어를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에 영어 등의 언어 습득을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작가 역시 “학습으로서의 영어교육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도 가능하지만, 가정에서 영어 노출은 유아기 때부터 하는 것이 적당하다”며 “그래야 자녀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가정에서 영어교육을 할 때는 시작 시점 못지않게 노출 방식에 신경써야 한다. 한국어를 익히듯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김민주 작가는 “영어 노출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할 수 있는데, 핵심은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영어 동요와 애미메이션 영상을 자주 들려주거나, 영어책을 읽어줌으로써 놀이로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기 작가는 “이것만 실천해도 영어유치원, 학원 같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도록 자녀의 영어 실력을 월등하게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며 “16개월 무렵부터 영어 영상 보여주고, 잠자리에서 30분씩 영어책을 읽어줬더니, 현재 초6 아이의 영어 실력이 읽기, 쓰기, 말하기 등 모든 영역에서 모국어만큼 유창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혜 작가는 “서너살 때부터 짧은 단어와 문장으로 된 영어책을 읽어주고, 영어 동요와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여줬더니, 6살 이후부터 또래의 원어민 아이들이 읽는 수준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며 “단어 암기나 문장 외워쓰기에 대한 강요 없이 이룬 성과여서 놀라웠다”고 말했다.
일정한 커리큘럼은 없어도 무방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언어 노출의 핵심은 ‘듣기’다. 수시로 영어 소리 듣기에 노출시켜주는 것만으로 실력이 늘기 때문에 특별한 커리큘럼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발음이 좋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영어 동요나 쉬운 영어 동화를 듣게 하는 것,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많은 부모들이 이 시기부터 파닉스에 연연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특히 맥락이 전혀 제시되지 않은 단어 목록을 주고 외우게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영어를 어렵게 생각하게 만들고,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영어를 싫어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듣고, 말하고, 읽기 등을 통해 문장 속에서 단어의 뜻과 맥락, 문장의 구조 등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 훨씬 낫다. 영어 문장 속에서 다르게 쓰이는 어휘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문법 능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주 작가는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울 때 한글부터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영어 역시 파닉스부터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영어를 시작할 때는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며 “즉, 일상생활에서 매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국어처럼 영어도 비슷한 환경을 통해 익히도록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어떤 영상과 책을 접하게 해야 하나
영어 영상이나 영어 책은 어떻게 선정해야 할까. 내 아이의 아이의 관심사와 취향, 아이의 영어 수준에 적합하고, 아이한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김민주 작가는 “영어를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라 영어란 언어로 지식을 제공하는 교재, 단계별로 올라갈 수 있는 시리즈, 가성비가 좋은 교재 등을 선택할 것”을 제안했다.
영어 노출 초기에는 슈퍼심플송(Super Simple Songs), 코코멜론(CoComelon), 스티브앤매기(Steve and maggie), 마더구스(Mother Goose) 등 영어 동요 위주로 들려주는 것이 좋다. 이 단계를 지나면 페파피크(Peppa Pig), 알파블럭스(Alphablocks), 넘버블럭스(NumberBlocks), 까이유(caillou), 뽀로로 같은 영어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면서 본격적으로 영어책 읽어주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
배성기 작가는 “이러한 애니매이션과 영어 책은 평소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화 위주로 구성돼 있어 친근한 것이 장점”이라며 “책 내용도 교훈적이면서 다양한 간접경험들을 담고 있어 아이한테 여러모로 유익하다”고 말했다.
이은경 작가는 가정에서의 영어교육 방법으로 ‘매일, 조금씩, 자주’를 강조한다. 매일 30분~1시간 정도의 꾸준한 영어 노출이 특히 중요한데, 영상을 볼 때는 한글 자막 없이 영상 시청하기, 같은 영상을 영어로 시청한 다음 한국어 영상으로 보면서 내용 이해하기 등의 방법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영어 책을 읽을 때에는 지루한 부분 생략하기, 되도록 천천히 음미할 시간 주기, 원하는 만큼 반복하기, 발음은 신경쓰지 않기 등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이가 영어에 관심이 없고 학원마저 거부해 조기교육도 사교육도 시킬 수 없어서 초2가 되어서야 파닉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며 “이후 아들이 매일 영어책 읽기만으로 4년 만에 ‘해리포터’ 수준의 두꺼운 영어 소설을 읽고 토익 점수 800점을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영어책 읽기 재밌어야 ‘성공’
배성기 작가는 영어책 읽는 방법으로 ‘잠자리 독서’를 추천한다. 그는 “잠자리에 책을 읽어주면 부모와 아이의 애착관계 형성을 통한 정서적 안정을 느끼게 해준다”며 “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지는 데 이를 통해 아이의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작가 역시 영어책 읽기에 주안점을 두는데, 영어교육과 별개로 부모와의 상호 소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는 “영어뿐 아니라 모든 학습, 배우는 자세,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려면 그걸 보여주는 양육자, 즉 부모의 사랑과 부모와 아이의 유대관계가 끈끈해야 한다”며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아이의 정서적, 사회적, 지적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영어교육 과정에서도 부모와의 상호적인 소통과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의 독서 흥미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오디오북을 통해 들으면서 책 읽기 △흥미로운 책 위주로 읽기 △읽고 싶은 책 목록 만들기 △책 표지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기 △독서록 및 독서 통장 만들기 △좋아하는 문장을 기록해서 자주 꺼내보기 등의 활동을 제안했다.
부모가 스스로 먼저 영어를 배우고 익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본인은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이한테만 영어로 된 책이나 영상을 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힘들더라도 하루 15분 책읽기부터 시도해보자.
한편, 영어 영상물은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너무 자주 많이 노출하는 것에 주의가 필요하다.
김지혜 작가는 “아이들의 시력 보호를 위해 눈과 화면의 거리가 1m 이하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오랜시간 시청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1일 1회, 1회 30분 정도로 시작해서 한번에 보는 영상의 길이를 조정해주는 한편 아이가 보는 영상에 대한 부모의 검열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성기 작가는 “언어를 습득하는 데 영상물만큼 중요한 도구는 없지만,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영상물의 유해한 점을 아이한테 인식시켜줘야 한다”며 “아울러 하루 1~2시간 남짓으로 아이 스스로 시청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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