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구매··쇼핑 내역도 분석해 대출 신용평가하죠”

남지현 기자 2024. 2. 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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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인터넷은행 3사 중 유일하게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30%)를 달성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잔액은 약 4조3천억원, 연체율은 1.65%로 3사 가운데 중·저신용대출 규모는 가장 크고 연체율은 가장 낮다.

카카오뱅크는 은행권 최초로 비금융정보 중심의 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카뱅)스코어'를 개발해 2022년 12월부터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저신용대출 실적은 그 결과로도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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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대안 신용평가모형’ 개발자 인터뷰
카카오뱅크 신용리스크모델링팀 하경태 팀장과 건전성관리팀 조진현 팀장이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인터넷은행 3사 중 유일하게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30%)를 달성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잔액은 약 4조3천억원, 연체율은 1.65%로 3사 가운데 중·저신용대출 규모는 가장 크고 연체율은 가장 낮다.

중·저신용대출을 늘리는 동시에 은행 건전성을 유지하는 건 인터넷은행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성공의 관건은 중·저신용자 가운데 상환 가능성이 높은 우량 차주를 골라내는 일인데, 인터넷은행들은 이를 위해 저마다 신용평가시스템(CSS) 개발과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권 최초로 비금융정보 중심의 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카뱅)스코어’를 개발해 2022년 12월부터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저신용대출 실적은 그 결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지난 26일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카뱅스코어 개발과 고도화를 이끈 하경태 신용리스크모델팀장과 조진현 건전성관리팀장을 한겨레가 만났다.

-카뱅스코어에 대해 설명해달라.

=하경태 “카뱅스코어는 신용정보가 아닌 비금융 대안 정보 중심으로 대출 신청자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대안 신용평가모형이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대출 신청을 심사할 때 개인신용평가(CB)사가 전체 신용거래 인구에 대해 매긴 개인신용평점과 은행이 보유한 고객 거래 데이터 기반의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다. 둘 다 금융정보가 중심이다. 카뱅스코어는 도서 구매나 택시 이용 내역부터 쇼핑과 선물에 지출한 내역까지 일반적으로는 신용 평가에 쓰이지 않던 다양한 대안 정보를 종합해 신용 평가에 활용한다.”

-도서 구매 내역으로 신용도를 평가한다니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떤 방식인가?

=하경태 “교보문고·예스24·롯데멤버스·카카오모빌리티 등 11개 기관에서 가명 결합 처리된 데이터를 받아 분석한 결과 개인 신용도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변수들을 추려 모형을 만들었다. 도서 구매 내역이라고 치면, 어떤 사람이 책을 얼마나 자주 사는지, 얼마를 사는지, 한 권당 가격은 얼마인지, 특정 분야 책은 얼마나 사는지 등을 1개월·3개월·6개월 단위로 변수 풀을 만들어 신용도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변수 풀을 찾아내는 식이다. 이를 토대로 점수 항목을 구성한 뒤 영역별 가중치를 적용해 최종 점수를 산출한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정보를 토대로 1차 심사를 하고 여기서 탈락한 이들을 카뱅스코어로 심사한다. 고객을 거르거나 탈락시키지는 않고, 상대적으로 우량한 고객을 추가 승인하는 데만 쓴다. 금융 정보가 부족해 신용등급이 4∼6등급으로 책정된 씬파일러(Thin Filer·금융거래 실적이 적어 불리한 신용평가를 받는 금융이력 부족자)여도 카카오뱅크가 제휴를 맺은 6개 데이터 제공 기관에 모형에 포함된 정보가 있다면, 신용도를 더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차 심사 탈락자 중 약 6만5천명이 카뱅스코어를 통해 대출을 승인 받았고, 이렇게 나간 대출이 4600억원 정도다.”

-경제 분야 책을 많이 사보면 무조건 좋은가?

=하경태 “특정 영역의 책을 얼마나 구매하는지도 점수 항목에 포함되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 다만 적당한 도서 구매 이력은 카뱅스코어 상 신용점수에 긍정적으로 반영되는 건 맞는다.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좋은 점수를 받아 혜택 볼 가능성이 있다.”

-카뱅스코어를 대출 심사에 활용했을 때 건전성에 문제 일으키지는 않나?

=조진현 “대안 정보의 문제는 커버리지다. 예를 들어, 예스24나 교보문고, 롯데멤버스 하나 하나만 놓고 보면 쓰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몇 퍼센트나 되겠나.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모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묶었다. 그렇게 하니 금융 정보에 준하는 퍼포먼스가 나오더라. 다만 카뱅스코어를 통해 대출 승인을 받은 차주들의 연체율이나 부도율을 정확히 평가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보통 대출 실행 후 1∼2년 연체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초기 대출 실행 후 1년 반이 채 못 된 상황이라 지금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보고 있다.”

=하경태 “흔히 신용평가시스템(CSS)라고 하면 모형만 생각하는데 CSS는 모형과 신용평가 전략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모형은 크고 무딘 칼이다. 어떤 고객군에 어떻게 정교하게 적용하느냐는 신용정책의 영역이다. 대출 승인 정책은 모형 결과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다. 연체율이나 거시 경제 상황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승인 기준을 높였다가 내렸다가 조정하는 튜닝 작업을 빈번하게 진행하며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조진현 “사실 모형 잘 만들어 리스크 관리 되면 리스크 관리 못 할 은행이 없다. 그래서 리스크 관리의 차별화는 전략 측면의 차별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향후 고도화 계획은?

=하경태 “사실 점수를 매기자면 카뱅스코어는 아직 50점짜리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고 개선할 부분이 더 많다. 올해에도 한 번 더 고도화를 추진할 건데 유통 분야나 교통 이용 정보를 추가로 모형에 반영할 계획이다. 개인 신용대출 외에 개인사업자대출에서도 열위 업종인 이커머스 셀러 쪽 특화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식당과 서비스업 특화 모형도 꾸준히 고도화할 계획이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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