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위헌 논란’ 속 재선…‘아메리카 우익 벨트’ 구축되나

홍석재 기자 2024. 2. 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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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 전쟁을 이끈 지도자'와 '헌법을 유린한 독재자'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나이브 부켈레(42)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연임을 눈앞에 뒀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5일 엘살바도르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개표가 31% 이뤄진 상황에서 부켈레 현 대통령이 83%을 얻어 2위인 마뉴엘 플로레스(득표율 7%)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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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재선에 성공한 가운데 지지자들이 엘살바도르 수도 산 살바도르 시내에서 부켈레 대통령의 등신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범죄와 전쟁을 이끈 지도자’와 ‘헌법을 유린한 독재자’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나이브 부켈레(42)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연임을 눈앞에 뒀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5일 엘살바도르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개표가 31% 이뤄진 상황에서 부켈레 현 대통령이 83%을 얻어 2위인 마뉴엘 플로레스(득표율 7%)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대선 투표를 자체 집계한 결과 85% 이상 득표율을 기록해 승리했다”며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계 혈통의 사업가로 2012년 엘살바도르 주요 정당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에 입당하며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2015년 지방선거에서 수도인 산살바도르 시장에 당선됐고, 다시 1년 만에 도시 범죄율을 10% 넘게 낮추면서 단숨에 대권 주자로 올라섰다. 2017년 여성 당원을 모욕해 당에서 쫓겨나자 ‘새로운 생각’(NI)이란 새 당을 만들었다. 이듬해 총선에선 참패했지만, 37살이던 2019년 대선에서 단독 과반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1만명 넘는 군을 동원해 범죄에 연관된 갱단을 잡아들이며 인구 10만명 당 살인율을 53명에서 2명대까지 낮췄다. 대선에 앞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70%를 넘기며 재선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이런 ‘범죄와 전쟁’ 과정에서 성인 인구의 2%에 이르는 범죄 혐의자를 최대 15일 동안 무단 구금하고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 전화 도청을 허용하는 등 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했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그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도 ‘갱단 의혹’이 있으면 언제든 경찰서에 끌려가 구금될 수 있어 두려움에 떨고 있다. 2020년에는 무장 군인들을 대동한 채 국회에 들어가 새 무기 구매를 위한 긴급 자금 대출을 허용하도록 압박했다. 2021년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지정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부켈레는 이런 이미지 때문에 유권자들이 자신에게 표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국민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재선이 확정됐지만, 부켈레 대통령의 연임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는 헌법으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법무장관을 해임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대법관들을 임명해, ‘현직 대통령이 몇달 간 휴직한 경우, 연임이 가능하다’고 헌법 해석을 바꿨다. 그는 실제 지난해 말 두달 휴직한 뒤 재선에 도전해 이날 승리를 거뒀다.

미주 대륙에선 지난해 11월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당선됐고, 중미에선 부켈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인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이기면 북·중·남미 모두에서 좌충우돌형 ‘우익 성향 대통령 벨트’가 구축될 수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엑스에 “올해 우리는 (자신과) 밀레이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아메리카 대륙에 세 명의 대통령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우익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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