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과연 적자의 주범인가?
[열린라디오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2월 03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송영훈 뉴스톱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지난 한 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는 시간입니다.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송영훈 팩트체커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송영훈 기자(이하 송영훈)> 네, 안녕하세요.
◇ 최휘> 오늘 첫 번째로 팩트체크해 볼 내용은 무엇인가요?
◆ 송영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현재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도시철도와 버스, 택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연간 12만원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대한노인회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습니다. "지하철 적자 요인과 노인의 무임승차는 상관관계가 없다"면서 방만 경영, 요금 문제 등에 따른 적자를 노인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이준석 대표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지난 26일 한 방송에 출연해 맞장토론을 벌였는데요. 해당 토론에서 나온 주요 발언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 최휘> 네. 최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제입니다. 무임승차 제도가 시작된 게 최근은 아니죠?
◆ 송영훈> 네. 처음에는 지하철 운임 감면, 즉 할인 제도로 시작했습니다. 1980년인데요. 지금처럼 운임을 전액 감면하는 방식이 아니라,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50%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이후 1981년 법적 기반이 되는 노인복지법이 제정됐고요. 이후 1984년 대상 연령이 만 70세 이상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낮아졌고, 할인율도 100%로 확대되며 '경로 무임승차'가 됐습니다. 이처럼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교통 요금 할인제도는 노인복지법 제26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인복지법시행령 제19조에 경로 우대시설의 종류와 할인율이 규정되어 있고, 도시철도와 지하철공사 등에서는 해당 규정에 따라 교통 요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확인해 본 내용은 이준석 대표가 한 발언 중에 "현 무임승차제도는 과거 노인 인구가 2~3% 남짓이었을 때 설계된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 최휘> 현재 시대 변화, 즉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거죠.
◆ 송영훈> 네. 통계청 자료를 통해 처음 도입 당시 인구를 확인해 봤습니다. 우선 처음 할인이 적용된 1980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3740만6815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44만6117명이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3.8% 정도였구요. 65세 이상 100% 무임승차제도가 시행된 1년 후인 1985년 인구도 따져봤습니다. 1985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4041만9652명이었고,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74만9549명, 4.3%정도였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2~3%와 딱 떨어지는 숫자는 아니지만, 이 대표 발언의 맥락이 당시 노인 인구 비율이 낮았다는 것을 지적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3.8~4.3% 비율은 대체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최휘> 이준석 대표가 무임승차 비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는데, 맞나요?
◆ 송영훈> 네.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에는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도 포함되어 있어서, 보통 추계를 통해 따져보는데요. 이준석 대표는 국회 예산처 통계를 근거로 고연령층 철도 무임승차 비용이 2022년 연간 8159억 원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예산처에 확인한 결과, 지난 20대 국회 때인 2017년에 발의된 자료에 해당 내용이 있었습니다. 당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2022년 도시철도운영자의 이용 요금 감면액 중 노인에 대한 감면액은 8159억 원이었습니다.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를 근거로 무임 수송에 대한 비용을 국가에서 일부 지원받습니다. 하지만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는 무임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도시철도 운영기관에 대해 추가로 국가가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꾸준히 발의되고 있지만, 아직 통과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현 21대 국회회기인 2020년 한 해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정부가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을 부담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는데, 2020년에 나온 발의안 비용추계서에서 도시철도운영자의 이용 요금 감면액 추계액은 7019억원이었습니다. 예산정책처 추계세제총괄과 관계자는 "추계 방법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무임승차 비용을 바탕으로 추계하기 때문에 시기에 따라 감면액 증가율이 달라져 값에 변화가 있다"며, "가장 최근 실적치를 반영한 비용추계서로 봐야 비용이 더 정확하다"고 답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8159억 원은 2017년에 나온 추계이니, 최근인 2020년에 나온 추계 7019억 원이 좀 더 정확하다는 거죠.
◇ 최휘>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금액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전 자료이니 최근 나온 자료가 더 정확하다는 거군요. 대한노인회 측의 발언도 따져봐야겠죠.
◆ 송영훈>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지하철 적자가 노인 무임승차 때문이 아니라고 반발했습니다. 김 회장은 "지하철은 노인이 타지 않아도 운행한다"며, 오히려 "지하철 요금을 너무 싸게 정한 게 적자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2022년 11월 전국도시철도운영기관 노사대표자 협의회 공청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철도 무임 수송 인원은 매년 증가하지만, 증가에 따른 운송 횟수 및 열차 편성 수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해당 결과는 국토교통부 철도통계연보를 기반으로 6대 공사도시철도 무임 수송과 운송 편성 관계를 분석해 나타난 결과입니다. 대한노인회 측은 이를 근거로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운임 감면액이 지하철 운영 적자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노인 한두 명 더 탄다고 지하철이 더 운영된다는 식의 접근은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운송 횟수와 열차 편성 간의 관계를 칼로 무 자르듯 나눌 순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연구위원은 전화인터뷰에서 "혼잡도가 많은 시간에 무임으로 지하철을 탄다면 그만큼 직원을 배치하고, 추가 열차 구매 및 기관사 고용 등의 비용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최휘> 김호일 회장은 국내 지하철 요금이 너무 저렴한 것도 적자의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 송영훈>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요금이 저렴한 건 사실입니다. 한국도시철도학회논문집 자료를 통해 해외 주요 대도시 도시철도 운임 수준과 서울시 철도 운임을 비교해 봤습니다. 도시철도교통 무임수송제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해외 주요 대도시의 도시철도 운임 수준을 원화로 환산 시 평균 운임은 2260~3250원이었습니다. 당시 서울시의 대중교통 기본 운임 요금은 1250원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 최휘> 이 사안은 명쾌한 해법이 나오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 송영훈> 전문가들은 노인 무임승차제도 운용에 있어 정부의 대책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연구원 신성일 선임연구원은 전화인터뷰에서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비용과 편익을 따졌을 때 효용성이 있는 좋은 제도이지만, 지하철 기초 인프라에 소요되는 금액이 있는 만큼 비용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연구위원도 "무임승차 제도 자체는 좋지만, 무임 손실에 대한 비용 부담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무임승차 제도에 무임승차하는 지자체가 없어야하고 무임승차제도 시행에서 발생하는 책임 분담을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밖에 기사 댓글이나 할인대상 노인들의 의견 중에 많은 호응을 받은 것들을 추려봤는데요.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연간 12만원은 너무 적다', '할인적용 대상 연령대를 올려야 한다', '출퇴근 시간을 피하는 등 무료탑승시간대를 조정하자', '무제한 사용보다 월 60회 등 이용횟수를 제한하자', '지하철 무임승차는 노인들의 대외활동을 높여 국민건강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등의 의견들이 관심을 모았습니다.
◇ 최휘> 직접적인 비용이나 효과 외에, 무임승차를 통한 노인들의 대외활동이 국민건강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간접 효과도 따져봐야겠군요. 최근 논란이 된 노인무임승차관련 여러 발언 따져봤습니다.
YTN 신동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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