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YTN]포털과 언론사의 공존, 이렇게 가능하다

신동진 2024. 2. 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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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2월 03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화행 교수님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화행 교수(이하 이화행)> 안녕하세요.

◇ 최휘>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와 전통 사업자 간의 충돌과 갈등이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데요. 선진 각국은 탈규제 정책을 통해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 이화행> 네. 타다, 배민, 로톡 등이 대표적입니다. 사업자는 현행법 조항을 거론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선진 각국은 탈규제 정책을 통해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으로서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어섭니다. 디지털 전환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산업군이 스스로 생존을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물론, 문어발식 사업 확장의 문제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되겠지만,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 충돌의 원인을 오롯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돌리려는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이들을 쉬이 이기적이고 악의적인 반사회적 사업자로 규정하는 건 디지털 경제의 작동원리에 무지하거나 이를 무시하려는 데서 비롯된 정의롭지 못한 처사일 수 있습니다. 디지털 경제는 사업자가 시장 조기 진입을 통해 제품의 표준화를 이끌어 내면, 네트워크 외부성이 작동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고 소비자를 독점할 수 있는 특성과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포털이 한국 뉴스 이용자의 절대다수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최휘> 플랫폼 사업자와의 충돌 문제는 언론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디지털 전환기 생존전략 모색에 부심하는 언론 사업자에게 대형 포털은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구요?

◆ 이화행> 국내 뉴스 콘텐츠의 유통을 과점하고 있는 사업자가 포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언론 사업자들은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와 AI(인공지능) 알고리즘 같은 디지털 기술을 뉴스 생산과 유통 과정 전반에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을 시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뉴스 유통의 주도권이 포털로 넘어가고, 언론이 생산한 뉴스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이래로 20여 년째 언론은 숙명과도 같은 포털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 최휘> 플랫폼 사업자인 포털에 뉴스라는 아이템은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여 플랫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방문자를 최대한으로 유인하고, 그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여타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와 구매를 유인하는 수단일 것 같아요?

◆ 이화행> 권위의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세계 4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한국 뉴스 이용자가 언론사 사이트를 직접 방문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4%(세계 평균 25%)에 그치고 있으며, 77%(세계 평균 33%)가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기현상이다. 이처럼 온라인 뉴스 유통이 포털에 종속된 상황은 언론에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약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약화를 유발하는데요. 때문에 플랫폼은 개별 언론사보다 우월한 이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확보한 언론사 독자를 확고하게 붙잡아 두고 있습니다. 뉴스 사업자인 언론사는 광고와 독자 모두를 플랫폼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인 거죠.

◇ 최휘> 디지털 뉴스 생산과 유통의 시대에 언론사가 뉴스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지 못할 때 한국의 저널리즘은 퇴보할 수밖에 없는데요. 어떻게 주도적인 길을 찾아 나서야 할까요?

◆ 이화행> 사회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 약화하면 민주주의 헌법 가치와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기에 언론사는 사명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생존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언론사에 주어진 선택지가 적어 보이고, 그 길이 요원해 보여도 주저하지 않고 도전해야 해요. 뉴욕타임스의 '구독 우선 비즈니스'가 성공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확신한 내부자는 거의 없었거든요.

◇ 최휘> 언론으로부터 뉴스를 납품받는 포털이 엄밀한 의미에서 단순 유통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는데요. 포털의 무료 뉴스에 익숙해진 뉴스 소비자들은 온라인 뉴스를 당연히 무료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언론 생태계를 장악한 포털이 저널리즘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한둘이 아니라고요?

◆ 이화행> 다음카카오가 지난해 11월 포털의 뉴스 검색 대상 언론을 이른바 콘텐츠 제휴 언론사(CP)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 것과 관련하여 언론사들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포털 다음의 이번 정책 변경으로 CP가 아닌 1000여 곳의 일반 검색 제휴 매체의 기사가 이용자들에게 노출되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검색 결과 기본값을 일부 언론으로만 제한하는 다음의 결정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이나 소규모의 전문 매체를 여론의 공론장에서 배제함으로써 여론의 다양성을 제약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는데요. 특히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 지역 언론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 담론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공론장을 위축시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음 측은 이번 정책 변경의 사유를 이용자 선호도를 고려하고,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사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들은 지난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뉴스 검색 서비스 차별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또 지난 4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카카오의 일방적 뉴스 검색 정책 변경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일 뿐만 아니라 중소 언론의 정상적 언론 활동을 방해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어요. 이들 언론 단체와 언론사들은 이전 방식으로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최휘> 언론과 저널리즘이라는 사회 체계가 생산하는 뉴스가 공공재인 만큼 뉴스 유통의 핵심 플랫폼인 포털 역시 뉴스 공급의 기본 원칙으로 보편적 서비스를 지향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마땅한데요. 최근 어떤 문제들을 지적하고 싶으신지요?

◆ 이화행> 이용자들이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포털은 뉴스 서비스 정책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공공선을 추구하는 정신과 언론 매체와의 상호 협력과 상생의 마인드를 견지하여야 합니다. 뉴스 서비스 정책 수정에 있어서도 제휴사들과 사전 협의를 거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뉴스를 단순히 포털에 입점한 신발, 의류, 액세서리와 같은 일반 소비재처럼 취급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저널리즘의 산물인 뉴스는 사회적 공기로서 공공재입니다.

포털에 어떤 언론 매체의 어떤 뉴스가, 어떻게 배열되어, 어떤 검색 패턴과 알고리즘으로 제공되는가 하는 문제는 대중의 아젠다 및 여론 형성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처럼 포털은 우리 사회의 공론장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포털이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뉴스 공급 정책을 펼쳐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는 포털이 뉴스 생산자인 제휴 언론사들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대하는 상생의 마인드도 포함되는 한편, 언론사들은 포털 상에서 지나친 트래픽 경쟁을 염두에 둔 선정적 보도, 베껴쓰기, 어뷰징 등의 관행을 당장 버려야 합니다.

◇ 최휘> 국내 언론사들은 디지털 기술 도입, 콘텐츠 개발, 수익 모델 발굴 등의 노력을 통해 위기 돌파를 위해 힘을 쓰고 있는데요. 하지만 당장에 언론지형의 판도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보시나요?

◆ 이화행> 그렇습니다. 유료 구독제나 후원제와 같은 디지털 수익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론사 브랜드에 대한 독자의 신뢰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설즈버거 뉴욕타임스컴퍼니 회장이 밝혔듯이 〈뉴욕타임스>가 올 2월 디지털 유료 구독자 1000만 명을 돌파한 것도 디지털 부문에 대한 혁신적인 투자와 더불어 강력한 품질 저널리즘 구현 노력을 통해 브랜드 신뢰가 구축되었기 때문입니다. 활자매체를 떠나 디지털 정글로 이주한 디지털 노마드들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무한 정보의 선택지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들은 신뢰하지 않는 정보를 즉각 외면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2'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이용자 3명 중 2명은 의도적으로 뉴스를 회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는데, 특히 정치 보도의 편향성으로 인한 불신과 피로감을 그 이유로 지목하고 있었습니다.

◇ 최휘> 국내외 언론산업과 디지털 플랫폼 간의 끊임없는 노력 속에 반드시 지금의 불안정한 언론지형을 변화시킬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오늘 미디어 비평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화행> 네,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였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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