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기대 교차하는 학년 초…아이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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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는 음식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양육자와 떨어져 불안한 아이는 담요나 인형 등에 매달린다.
학년 초, 게임이나 연예인 덕질(?)에 빠져드는 학생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재밌어서라기보다는 불안해서, 혹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하염없이 게임과 연예인 동영상 등에 매달린다는 의미다.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학년 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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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는 음식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사람들은 입만 벌리고 있으면 알아서 먹거리가 입으로 떨어진다. 잘 구워진 닭과 돼지고기도 스스로 돌아다닌다. 먹고 싶은 사람은 다가온 고깃덩어리를 그냥 베어먹으면 된다. 중세 프랑스 농부들이 꿈꾸던 천국 같은 세상, 코케뉴(Cockaigne)의 모습이다. 언제나 굶주렸던 그들은 배불리 먹기만 하면 삶이 장밋빛으로 가득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배고픔에서 벗어나면 과연 우리 삶이 행복해질까? “배고플 때만 빼고,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여느 동물과 다르다. 굶주림에서 놓여나면 또 다른 욕망이 올라온다. 사랑과 주변의 인정에 신경 쓰게 되며, 이 또한 채워지면 자기다운 삶을 제대로 누리고픈 욕망이 샘솟을 터다.
2월은 기대만큼 불안도 큰 시기다. 정든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지고 새로운 교실, 낯선 환경과 마주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아이와 부모의 관심은 온통 ‘안전’에 쏠리곤 한다. “혹시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하면 어쩌지?”, “친구 하나 못 사귀고 외톨이가 되는 거 아니야?” 등등, 걱정이 꼬리를 문다. 이런 상태에 있다면, “증상 말고 목적에 주목하라”고 했던 매슬로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면 어떨까?
양육자와 떨어져 불안한 아이는 담요나 인형 등에 매달린다. 이를 정신의학자 도널드 위니컷은 ‘중간 대상’이라 부른다. 힘든 마음을 다독이려고 사용하는 ‘부모 대용품’이라는 의미다. 학년 초, 게임이나 연예인 덕질(?)에 빠져드는 학생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재밌어서라기보다는 불안해서, 혹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하염없이 게임과 연예인 동영상 등에 매달린다는 의미다. 매슬로 방식으로 보자면, 게임 등에 빠져드는 모습은 불안정한 마음을 보여주는 증상일 뿐이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 ‘목적’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마뜩잖은 짓을 못 하게 하기보다 불안과 무력감부터 먼저 보듬어 주라는 의미다. 그러고 나면 문제 행동이 저절로 사라질 때도 많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배고픔에서 벗어났다고 행복에 이르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서 학교생활이 만족스러워지지는 않는다. 안전한 학교가 곧 아이에게 좋은 배움터는 아니다. 이는 더 깊은 성장을 위해 당연히 갖춰야 할 조건일 뿐이다. 아이는 곧 안전을 넘어 우정과 인정받음, 나아가 자기다운 삶을 바라는 단계로 나아갈 터다.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학년 초다. 걱정에 빠져들기보다, 아이 스스로 올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픈 지를 떠올리며 자신을 다잡게 하는 편이 어떨까? 수준 높은 욕망을 품고 있을 때, 눈앞의 어려움은 성장을 위한 좋은 도전 과제로 거듭난다.
안광복ㅣ중동고 철학교사·인문철학재단 타우마제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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