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논란 LG엔솔, "배당도 못 하고 투자해야 하는데..."

최경민 기자 2024. 2. 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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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에 대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역대급 이익을 거뒀지만 미래를 위해 배당도 제대로 못하고,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예기치 못한 성과급 논란까지 터졌다.

발단은 LG에너지솔루션이 2023년도분 성과급을 기본급 평균 362%로 정한 데서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성과급은 매출, 영업이익의 재무성과와 경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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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5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3.5톤 트럭을 이용한 시위를 진행한다. (사진=블라인드)

성과급에 대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직원들이 익명 트럭시위까지 벌일 정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역대급 이익을 거뒀지만 미래를 위해 배당도 제대로 못하고,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예기치 못한 성과급 논란까지 터졌다.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게 지난해 12월 선임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의 첫 미션이 됐다.

5일 LG에너지솔루션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빌딩 주변에 3.5톤 트럭 한 대가 배회하기 시작했다. 트럭 전광판에는 '경영목표 명확하게, 성과보상 공정하게', '언론에선 최대실적, 내부에선 위기운운,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와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사업장 직원(약 1만2000명)의 15% 수준인 1700여명이 돈을 모아 트럭시위를 한 것이다.

발단은 LG에너지솔루션이 2023년도분 성과급을 기본급 평균 362%로 정한 데서 시작됐다. 이는 전년(870%) 대비 절반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그렇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비 78% 증가하며 최초로 '2조원 클럽'을 달성할 정도로 좋았다는 점에서 직원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AMPC(생산세액공제)를 제외한 영업이익만 따져도 1조4864억원으로 전년비 22% 늘었는데 성과급이 줄었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성과급 지급의 기준이 '사업 목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2022년은 목표치를 월등히 넘어선 실적을 거뒀지만, 2023년에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성과급은 매출, 영업이익의 재무성과와 경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한다"고 말했다. AMPC에 대해서는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표수립 때부터 성과지표에 아예 반영하지 않는다"며 "만약 반영한다 하더라도 '목표 대비 달성도'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신임 CEO

경영진은 직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지난 2일 김 사장을 비롯해 이창실 부사장(CFO) 등이 참석한 타운홀미팅을 열었다. 성과급 기준을 설명하고, 경쟁사 대비 보상과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김 사장은 "탄탄한 이익을 주는 회사라는 믿음을 만든다면 직원들이 원하는 것 이상의 보상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다만 당장 성과급을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명확한 규정에 맞춰 지급하는 금액인데, 이를 번복하면 '성과급 파티'로 외부에 비칠 수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아직 주주 배당도 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다. 중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를 계속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설비투자에 10조9000억원을 썼고, 올해도 비슷한 금액을 지출해야 한다. 상당 부분 차입을 통해 조달하고 있으므로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 사실상 처음 나온 임금 갈등이지만 안팎의 우려는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뿐만 아니라 배터리 업계가 고객 수요 대응을 위해 신규 증설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할 자금이 만만치 않은데도 과도하게 성과급 지급을 요구한다면 주주나 고객 등 다른 이해관계자로부터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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