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주도권·수출 확대 도움" 일자리 등 경제 활성화 기여 기대

7년만에 '사법족쇄' 풀린 삼성
물산 합병·삼바 회계적법성 증명
삼성 "경영 정상화 기반 마련"
시민단체 "총수 봐주기 비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재판을 지켜 본 삼성 관계자들은 당초 검찰이 작년 11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이라는 중형을 구형하면서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졌지만, 무죄 판결이 나오자 환호하기보다는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장을 나섰다.

삼성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이제서야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삼성 내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검찰이 항소할 것이 유력하긴 하지만, 일단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7년째 겪은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 역시 이날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 등을 묻는 말에는 "지금은 더 말씀드릴 상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경제계는 이번 1심 판결에 일제히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판결이 나온 직후 논평을 내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은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과 이제 막 회복세에 들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금번 판결을 통해 지금까지 제기되었던 의혹과 오해들이 해소되어 다행"이라며 "삼성그룹은 그동안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상 불확실성을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 삼성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어 결과적으로 우리 수출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최근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현재의 여건을 감안하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이어 "삼성이 더욱 진취적인 전략을 통해 AI 등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서 국민으로부터 보다 신뢰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이 회장의 1심 무죄 판결에 "재벌총수 봐주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재벌들은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 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긴 판결"이라며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대한민국의 경제사법 정의가 무너졌다"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법원과 검찰은 이재용 회장의 소유지배 확립을 위한 30년 대서사시의 충실한 조연이었던 건 아닌지 참담하다"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