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논란 부담 벗은 이재용 회장, 글로벌로 뛰어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 등 14인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5일 법원이 모두 무죄 선고를 내렸다.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회장을 첫 소환조사(2020년 5월 26일)한 지 1351일(3년 8개월 16일)만이다.
이번 삼성물산 합병 재판만 4년 걸렸지만 앞서 2016년 11월 13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이 이 회장을 처음 소환조사한 날로부터 2641일(7년 2개월 26일)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이 회장은 두 재판을 통해 565일의 수감생활과 178회의 재판(국정농단 83회, 합병 95회)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7년 2개월여 동안 2주(14.8일)마다 한번씩 법정에 출두했다. 7년여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2주에 한번씩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보통 견디기 힘든 일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 5월 이후 10년간 이재용 회장은 이같은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삼성이라는 거함의 선장으로서 제대로 뜻을 펼쳐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글로벌 경쟁자들이나 국내 다른 그룹 총수들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설 동안 이 회장은 법정에 앉아 말 한마디 없이 검찰의 주장과 변호인의 변론을 하루 8시간씩 들으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연초 주요 기업 총수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 참석할 동안에도 CES에서 가장 큰 부스를 마련한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는 함께 하지 못했다. 글로벌 그룹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 등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수십년 동안 삼성에서 근무하며 산업역군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십여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들도 법정에 같이 앉아 머리를 숙이고 무고함을 항변하는 4년의 시간을 보냈다.
4년간 삼성의 수뇌부가 재판에 매여있는 동안 삼성전자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던 반도체 부문은 연간 15조원의 적자를 내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등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작업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고,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하지만 국내 1위 기업이기 때문에 맞지 않아도 될 매를 먼저 맞고, 먹지 않아도 될 욕을 먼저 먹는 일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계 1위 삼성이라는 이름값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이 선대 회장의 타계 후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고 있음에도 1990년대 초반 증여세 16억원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진부한 레토릭(수사)이 아직도 수십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 재판 결과에 수긍하지 못하는 측은 또 다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재판부를 성토할지 모르지만, 비판을 하기 전에 2심에서라도 제발 재판을 한번이라도 와서 보기를 권한다.
경영권 승계라는 덫에 걸려 보낸 세월이 20여년이 넘는다. 오죽하면 이재용 회장은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겠나. 1심 재판부가 내린 판결로 경영권 승계 논란은 일단락짓고, 삼성이 다시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삼성 스스로의 다짐과 함께 우리 사회의 응원도 필요하다.
일본에 뒤지는 경제성장률과 대중국 수출 적자 등 최근의 경제위기에서 탈출의 선봉은 누가 뭐라해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기업 삼성이다. 그 삼성의 리더십이 확실히 서야 거함이 순항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재판 부담을 덜고 그 최전선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회장도 이제는 사법리스크를 훌훌 털고 기업경영에만 매진해 자신이 꿈꾸는 세상과 삼성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 사법리스크에 흔들리는 동안 어느덧 그의 나이도 50대 중반을 지났다. 삼성을 위해 자신의 열정을 불사를 시간도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최근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모 그룹 전 회장은 "그동안 많은 그룹 총수들을 만났지만, 이재용 회장은 다른 그룹 회장들과는 또 다른 레벨"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그 레벨을 보이기 위해 앞만 보며 달리기를 바란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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