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다른 유럽의 배우자 육아휴직 유연성... 쪼개 쓰고 양도까지

김창훈 2024. 2. 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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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야와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발표한 육아휴직 자동 개시와 휴직급여 상향 등이 출산율 반등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제도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 사례를 분석한 허민숙 조사관은 "육아휴직 등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황과 여건에 맞는 사용이 보장돼야 하기에 각국의 정책은 유연성으로 수렴되는 형국"이라며 "우리도 제도 마련과 사용 독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의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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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각국 제도 분석
우리는 분할횟수 등 상대적으로 경직
육아휴직으로 아이를 돌보는 남성.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여야와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발표한 육아휴직 자동 개시와 휴직급여 상향 등이 출산율 반등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제도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필요할 때 여러 번 나눠 쓰는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 제도는 경직됐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5일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및 제도 유연성 확보'를 주제로 발행한 정보 소식지 '이슈와 논점(2188호)'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에서는 육아휴직과 출산휴가가 일률적이지 않고 유연하게 운영된다.

우리는 육아휴직을 2회 나눠 쓸 수 있지만 아이슬란드에서는 부모당 6개월의 육아휴직이 부여되고 한 번에 2주 이상 쓰는 것을 조건으로 여러 번 분할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차이가 있어도 룩셈부르크는 1개월씩 4회, 네덜란드는 1개월씩 6회, 폴란드는 기간 제약 없이 5회 분할할 수 있다.

배우자 출산휴가도 유연성이 높다. 이탈리아에서는 10일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하루 단위로 나눠 쓸 수 있고, 벨기에는 배우자가 15일 전일제나 30일 반일제 중 선택하도록 했다. 우리는 배우자 출산휴가(10일)를 1회에 한해 분할 사용할 수 있다.

부모가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쓰지 않고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양도'가 가능한 국가들도 있다. 일명 조부모 육아휴직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제도 도입 첫해인 2018년 조부모 503명이 손주를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헝가리와 불가리아에서도 부모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육아휴직권이 양도된다. 핀란드는 생모 사망 시 육아휴직급여를 실제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지급한다.

심지어 출산휴가까지 양도하는 곳도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배우자가 아니라도 산모를 곁에서 돌보는 사람이 2주의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슬로베니아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많은 국가가 배우자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정교하게 운영하는 것은 휴직 이후에도 남성이 돌봄을 지속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고용시장에서 성 불평등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노동경제연구소는 2000년에 모든 부모의 보편적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 오스트리아 사례 연구를 통해 제도의 유연성이 경제적 보상보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더 많이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해외 사례를 분석한 허민숙 조사관은 "육아휴직 등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황과 여건에 맞는 사용이 보장돼야 하기에 각국의 정책은 유연성으로 수렴되는 형국"이라며 "우리도 제도 마련과 사용 독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의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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