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부담 덜었다…'부당합병 무죄' 이재용, '뉴삼성' 구축 속도

이성락 2024. 2. 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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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별도 입장 없어…이재용 회장, 경영 보폭 넓힐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3년 5개월 동안 이어진 사법리스크의 부담을 일부 덜어낸 셈이다. 재계에서는 몸이 한결 가벼워진 이재용 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며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13명에게도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재용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는 목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어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에 따른 분식회계 혐의로도 기소됐고, 두 사건은 병합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이재용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재용 회장의 변호인단은 두 회사 합병 목적이 부정하지 않고, 사업 또는 지배구조 면에서 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용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 없다"며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당초 이번 선고는 법조계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미래 사업 주도권 선점, 첨단 기술력 확보 등을 놓고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 1위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회장의 향후 경영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재판만 놓고 보면, 약 3년 5개월 동안 해외 출장에 제약을 받는 등 정상적인 경영을 펼치지 못했다. 이재용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까지 총 106번 열린 재판에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으로 불출석한 11번을 제외하고 총 95번 출석했다.

삼성은 이날 재판 결과와 관련한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더팩트 DB

재계는 각종 변수에 대한 총수의 대응력이 사법리스크로 인해 떨어짐에 따라 삼성의 주력 사업 역시 크게 흔들렸다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 주요 사업을 둘러싼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애플에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IDC 발표) 1위 자리를 13년 만에 내준 데 이어, 반도체 매출도 미국의 인텔에 1위 자리를 뺏겼다.

미래 비전도 불확실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력 사업의 부진 등으로 그룹 전반의 사기가 저하된 가운데, 이재용 회장의 미래 비전 발표가 사법리스크로 인해 미뤄지고 있다. 현재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총수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조단위 초대형 인수합병(M&A)은 사실상 멈춰진 상태다.

이날 판결로 삼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물론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져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러나 1심 결과가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 활동과 관련한 이재용 회장의 보폭은 비교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날 판결과 관련한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이재용 회장 측 변호인단이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더 말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나서고 대규모 투자, 신사업 발굴, 대형 M&A 추진에 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뉴삼성' 구축을 위한 인사, 조직 개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그동안 불안정한 시기를 겪었다"며 "이재용 회장은 더욱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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