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준연동형+위성정당’ 선거제에 “거대 양당의 집단 이기주의”

탁지영 기자 2024. 2. 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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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의 김포-서울시 편입 관련 정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제3지대 신당들은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총선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거대 양당이 2020년 총선에 이어 또다시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비판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불만도 나왔다. 거대 양당이 비례의석마저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3지대 신당 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가 ‘고심 끝에 준위성정당’이라고 발표했는데 고심의 흔적도 보이지 않고 직무유기였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 창당을 추진 중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겨냥했다. 그는 “평생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살아왔던 검사정권이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3의 소수세력들을 ‘관제 민주당’으로 끌어들여 의석을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국회를 양당 카르텔 독과점 구조로 왜곡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이기주의, 거대 양당의 집단 이기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민 공동대표도 SNS에 “지역구에서 과도하게 의석수를 가져간 거대 정당이 비례의석까지 탐내는 것은 도둑질”이라고 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SNS에 “의석 몇 석을 더 얻자고 헌법 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제도를 이렇게 누더기로 만들어도 되는가”라며 “이 일을 주도한 민주당 지도부와 민주당에 빌붙어서 비례 한두 석 해보려는 세력들은 역사에 길게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욱·조응천 무소속 의원은 입장문에서 “이재명 대표는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국민에게 최악과 차악을 선택하라는 적대적 진영정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조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언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명분으로 삼은 데 대해 “김대중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마저 이재명식 최악의 정치로 치환하는 모습이 가련하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책임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민 공동대표. 연합뉴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 결정으로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등 제3지대 신당 통합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구 의석을 얼마나 확보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3개 신당이 각자도생해 전국 정당 득표율을 나눠 갖는 것보다 하나로 합쳐 비례의석이라도 최대한 얻자는 계산 때문이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역구든 비례든 같이 다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선택 관계자는 통화에서 “설 연휴까지는 대화해야 한다는 인식은 공통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빅텐트 참여 의지가 있는 정당들에 있어서 존속 정당으로 두고 정당한 분담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선택이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를 중재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금 공동대표는 전날 새로운미래 창당대회 축사에서도 “지난 한 달간 제3지대의 모습은 주도권 다툼이었다”며 “당명이, 누가 대표를 하는지가, 어느 쪽이 최고위원을 몇 명 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라며 쓴소리했다. 금 공동대표는 “합쳐야 한다”며 “저와 새로운선택은 당명, 지도부 구성, 비례 후보 추천과 관련해서 어떤 조건이라도 따르겠다”고 했다.

진보진영 군소정당 간에도 입장 차이가 나타났다.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모여 만든 선거연합정당 ‘새진보연합’은 즉각 환영한다며 통합형 비례정당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먼저 민주진보진영의 담대한 연합을 제안해왔던 당사자로서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제22대 국회가 이뤄내야 할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수평적이고 호혜적인, 그리고 걔혁적인 연합을 구축하자”고 했다.

녹색정의당은 병립형으로 회귀하지 않은 것을 환영하면서도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SNS에 “최악은 피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여긴다”며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통해 준연동형 비례제도의 취지를 온전하게 살리지 못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상임대표는 “통합형비례정당 내지 준위성정당이 기존의 위성정당과는 어떻게 다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어떻게 온전히 살릴 것인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녹색정의당은 지난 3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병립형 퇴행 저지 농성을 벌였다가 이날 중단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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