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섰던 삼성 '반도체의 시간' 초격차 재시동[이재용 무죄]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햇수로 9년째 겪고 있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며 멈춰있던 '반도체의 시간'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국내 최대 생산기지인 평택캠퍼스 4공장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첨단 공정 반도체 라인도 예정대로 올해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D램 가격이 4개월째 상승하고 낸드플래시 재고도 빠르게 소진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가 촉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흥행까지 더해지면, 삼성전자 반도체는 빠르게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4공장(P4)의 Phase 1이 오는 상반기 중 완공돼 이르면 6월부터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3공장(P3)과 마찬가지로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공장으로 구축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래 수요 대비 차원에서 파운드리 비중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때 공사 중단설이 돌았던 5공장(P5)도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맡고 있는 현장의 공사 진척 속도가 조정 중"이라며 "함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파트는 여전히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도 연내 가동을 앞두고 있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만 170억 달러(약 22조5000억원)으로, 이는 삼성전자의 역대 미국 투자 중 최대 규모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 2023 기조연설을 통해 테일러 공장의 첫 웨이퍼 생산을 올 하반기, 대량 양산 시기를 2025년으로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5G(차세대통신), HPC(고성능컴퓨팅), AI 등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를 생산한다. 특히 첨단 반도체 공정인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매출 1위를 인텔에 내주고, 대만의 TSMC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등 '반도체 초격차'에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HBM 시장 수요 예측에 실패하며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기는 모습도 보였다.
평택캠퍼스 P4와 미국 테일러시 공장이 연내 가동에 돌입하면 불안정했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계도 다시 빠르게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다서 더딘 실적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이는 다른 기업보다 규모가 더 컸기 때문"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부 해소되면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반도체 초격차 실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한파를 겪었던 반도체(DS)부문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DS부문은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뒤 2분기와 3분기에도 각각 4조3600억원, 3조75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4분기에는 영업손실을 2조1800억원으로 줄였다. 이는 전분기 대비 무려 1조5700억원 축소된 금액이다.
특히 D램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 등 첨단공정 제품 판매를 확대하면서 D램 재고 수준이 큰 폭으로 개선된 덕분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D램 흑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지난해 4분기는 고객사 수요 회복으로 시장을 상회하는 비트그로스를 기록하고, 감산 정책으로 D램과 낸드 플래시 모두 재고가 소진됐다"며 "올해 1분기 메모리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매 분기 판매량을 경신하는 HBM에 초점을 맞춰, 향후 고객 맞춤형 HBM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HBM3E은 8단 샘플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양산에 나설 것" 이라며 "그 다음 세대 제품인 HBM4는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고객 맞춤형 커스텀 HBM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경쟁사와 달리 고객 요구에 맞춰 다품종 제품 생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 커스텀 HBM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이미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파운드리·시스템 LSI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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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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