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최강욱 의원 만든 野 위성정당 또 나온다… 송영길·조국도 한 배 타나

이슬기 기자 2024. 2. 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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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에서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범야권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5일 밝혔다.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 방지를 약속했지만,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민주당도 공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로써 4년 전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떴다방’식 정당 난립이 불가피해졌다. 유권자들이 지난 선거 당시 나왔던 ‘48cm짜리 투표용지’를 또 받을 가능성도 커진 것이다. 기소된 상태로 위성정당에서 공천을 받아 의원이 된 최강욱 전 의원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다만 대선 공약 파기를 의식해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을 이해해주시라”며 “준 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돼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反윤석열 다 모여” 창당하는 송영길·조국도 대상

이 대표가 밝힌 ‘통합형 비례정당’은 민주당이 대주주로서 ‘선거 연합’을 꾸리고, 비례 의석은 물론 지역구 후보도 범야권과 조율해서 내는 방식이다. 정치권에서는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송 전 대표는 이미 옥중 창당에 돌입했고, 조 전 장관도 일찍이 ‘反윤석열 연합신당’을 제안했다.

송 전 대표가 창당하는 ‘정치검찰해체당’(가칭)은 지난 3일 광주에서 발기인대회를 했다. 내달 1일 서울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도 연다. 조 전 장관도 최근 “반윤 정치 세력이 200석을 획득하면, 4월 이후 윤 대통령은 레임덕이 아니라 데드덕(dead duck)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준석 신당 등 제3지대와도 연합 전선을 구축해 국민의힘을 고립시키고, 차기 대선까지 연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반윤 연합’을 위성정당 명분으로 내건 만큼, 이들과 연대 여부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어떤 소수정당과 함께할 지는 추후 협의를 통해 판단한다”면서도 “모든 정치세력은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한다. 그 자체를 비난할 이유도 없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위성정당의 대표적 폐해로 꼽히는 ‘윤미향·최강욱’ 사례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 9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유용 및 배임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았다. 윤 의원도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출신이다. 민주당 비례대표 당선 용도로 21대 총선 한 달 전에 만들어진 이 정당은 창당 두 달 만에 민주당에 흡수됐다.

민주당계 군소 정당인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원내 입성한 최강욱 전 의원은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2017년 로펌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의원직을 잃었다. 2020년 1월 이 사건으로 기소된 지 3년 8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이었다. 열린민주당은 이미 기소 상태였던 그를 비례대표로 공천했고, 최 전 의원은 재판이 지연되는 내내 수당과 의원실 지원금 등으로 수억원의 국고를 받아 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광주시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결단 못하던 李, 양산서 文 만나 굳힌 듯

그간 이 대표는 준연동형과 병립형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해왔다. 대선 공약대로 ‘위성정당 방지법’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지도부 차원에서 이를 추진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일찍부터 공언해왔다. 민주당이 여야 합의라는 대원칙을 깨고 선거제를 단독 처리해서다. 민주당만 위성정당을 거부하면 총선에서 제1당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 그렇다고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대선 공약 파기’를 선언해야 할 처지였다.

이 대표의 선거제 관련 발언도 여러 차례 바뀌며 혼선을 빚었다. 당 소속 의원과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2일 이 대표에게 선거제 당론 결정권을 위임했다. 이런 이 대표의 결단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특히 이날 비공개 대화에선 차기 대선을 고려해 범야권 선거 연대가 필요하다는 말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양산 사저에서 이 대표와 만나 “민주당의 힘뿐 아니라 민주당과 조금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도 다 모아서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대선에서도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통령이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및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제안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 후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따른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마지막 단 한표까지 합치도록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한 쪽으로 결단을 했던 적은 없고 끊임없이 고민했다. 한번에 확정하기 어려운 중요 사안이기 때문에 어젯밤까지 고민했고, 약 2~3일전 쯤 (대략)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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