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략연구단 ‘PBS·3책5공’ 적용 안 한다...출연연 벽 허물기 시동

이병철 기자 2024. 2. 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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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사업 공고내고 본격 출범
과기정통부 “전략연구단 사업, NTC로 자연스럽게 이어갈 예정”
NTC 통해 임무 중심으로 출연연 벽 허물기 본격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과 '글로벌 R&D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의 모집 공고는 최근 시작됐다. 정부는 전략연구단을 발판으로 국가기술연구센터(NTC)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뉴스1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벽 허물기를 위해 올해 도입되는 ‘글로벌TOP(톱)전략연구단’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공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전략연구단의 흥행을 위해 전략연구단에는 연구중심제도(PBS)를 적용하지 않고 인건비 100%를 연구비로 보전해주기로 했다. 또 연구자 한 명이 최대 5개까지의 정부 연구과제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3책 5공’ 규제도 전략연구단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과학기술연구회는 지난 1월 31일 ‘글로벌 TOP전략연구단’ 사업 공고를 내고 제안서 접수에 나섰다.

전략연구단은 출연연의 임무 중심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작하는 신규 사업이다. 연구 주제별로 구성된 기관별 연구가 아닌 특정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 연구를 지원한다. 가령 이차전지를 연구하는 출연연 연구자들이 다른 출연연 연구자와 공동 연구를 하는 방식이다. 전략연구단에서 지원하는 연구 주제는 윤석열 정부가 집중 육성 의지를 밝힌 12대 국가전략기술의 50개 세부중점기술이다.

전략연구단은 윤석열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 개혁의 핵심이다. 올해 출연연의 주요사업비가 20~30% 삭감되는 와중에도 전략연구단에는 1000억원의 예산이 신규 배정됐다. 예산 신청 단위도 최소 50억원이다. 상한선도 없다. 연구의 중요성과 필요성만 입증하면 얼마든지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출연연 소속 한 연구자는 “기존 연구 사업인 융합연구단과 비교해서 전략연구단 사업으로 받을 수 있는 연구비 규모가 훨씬 큰 만큼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연구단을 기획하고 있다”며 “우리가 기획하는 전략연구단에 참석하려는 다른 기관의 요청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략연구단의 흥행을 위해 여러 당근도 준비했다. 출연연의 연구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PBS 제도를 전략연구단에는 배제했다. 전략연구단 구상에 참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전략연구단에 참여하는 연구자는 연구단 예산에 인건비를 100% 계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며 “인건비가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전략연구단에 참여하는 출연연이나 연구기관에서 참여 연구자에게 출연금이나 기술료 수입을 우선 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연구자가 과제 제안서 작성 같은 잡일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정부 R&D 규제인 ‘3책 5공’도 전략연구단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략연구단은 출연연뿐만 아니라 외부 연구기관이나 기업도 참여할 수 있지만, 사업 주관은 출연연이 맡도록 했다. 전략연구단을 중심으로 한 출연연 벽 허물기가 본격적인 신호탄을 올린 셈이다.

전략연구단은 국가기술연구센터(NTC)의 첫 발에 해당한다. 이 센터는 국가전략기술 중심의 연구 관리를 맡게 된다. 같은 분야의 연구조직은 출연연에 관계 없이 하나의 센터로 지정하고 해당 분야 연구를 총괄하게 하는 방식이다. 출연연 사이의 벽을 허물고 전략연구단을 포함한 모든 연구 과제를 공동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전략연구단 사업을 우선적으로 센터 이어간다는 계획”이라며 “센터 운영 방향은 현재 논의하는 단계로 빠른 시일 내로 정해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지금의 출연연 중심의 정부 R&D 체계가 센터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연연 벽 허물기가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출연연 개편으로 이어지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략연구단이 센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 되면서 ‘총괄’을 어느 기관이 맡을 지를 놓고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한 출연연의 고위관계자는 “사실 연구자들은 전략연구단, 국가기술연구센터가 도입되기 이전에도 이미 협력을 활발히 해 왔다”며 “이번 제도 개편으로 각 기관장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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