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멋지게 이기는 길"…이재명 결정 뒤에 文 조언 있었다 [애널라이즈 정치]

이성대 기자 2024. 2. 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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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예상과 다르게 갔다" 국힘 당황…민주 "허 찔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해 11월28일)
“선거는 승부입니다. 이상적인 주장으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재명 대표(5일)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습니다. 국민들께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제시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배분 방식으로 현행 제도인 준연동형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5일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라며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이 대표가 연동형제 유지를 결정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전 “대선 승리”를 언급한 조언이 영향을 미친게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예상밖 결정에 문재인 “대선 전화위복 될것” 조언 영향?


양동시장 둘러보는 이재명 대표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2.5 dau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우선 연동형 제도는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지역구에서 다수의 의석 확보가 가능한 거대 정당 입장에서는 불리한 제도다.

아무리 정당 득표율이 높아도 이미 지역구 의석을 많이 확보했기때문에 비례 의석을 추가로 배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지역구 의원을 많이 당선시키기 어려운 소수 정당은 상대적으로 의석이 늘어나 그만큼 유리해진다.
병립형 제도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47석을 배분하는 제도로 2016년 총선까지 시행된 제도다.

이 대표는 그동안 병립형으로 돌아가는데 무게를 두고 있었던 걸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11월 당원들과 유튜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5일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이 대표가 지난해 병립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며 “과반 확보가 절체절명 필요한 상황에서 현재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사실상 준연동형제를 포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앞서 민주당은 현행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자 지난 2일 이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기로 했다.

이재명,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2.4 [더불어민주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일각에선 이대표가 현행 제도를 고수하기로 한데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게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양산 사저에서 이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 하며 “민주당의 힘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조금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 함께 힘을 모아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대선에서도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사실상 현행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에 무게를 실은 게 아니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 입장에도 문 전 대통령의 뜻을 물리치는게 쉽지 않았을거란 분석이다.

특히 정치권에선 문 전 대통령의 “대선에서도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란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소수 야당을 배려해 우군으로 만들면 다음 대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같은 유튜브 방송에서 “까놓고 말해서 대통령 후보가 민주당에서 나오지 소수당에서 나오기 힘들다”며 “작은 걸 내주고 큰걸 먹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대선이라는)큰걸 먹기위해선 맏형답게 과감하게 양보하는 자세 필요하다”며 “비례대표 후보도 크게 양보해야 대권을 먹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표는 결정 배경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고 생각을 확정하기 힘든 사안이기에 2~3일 전쯤 결정했다”고만 밝혔다.

한동훈 “예상과 반대로 갔는데…” 당황 속 이재명 때리기


국민의힘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당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동시장을 방문한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문 전 대통령 만났는데, 얘기듣고 바꾼거냐”며 “선거제도가 하루아침 바뀌는건가”라고 비판했다.

경동시장 찾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2024.2.5 [공동취재]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그는 “(민주당내에서)전당원투표로 가는 걸로 나올때는 당연히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전제였다”며 “그 뒤 상황이 바뀐건 민주당 내부 싸움 말고 없다. 왜 국민들이 문 전 대통령, 이 대표 입장에 영향을 받아야 하나”고 주장했다.

앞서 한 비대위원장은 오전 비대위 회의 도중 관련 소식을 들은뒤 “언론도 마찬가지였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권역별 비례제를 이재명 대표가 발표할 거라 예상했는데 반대로 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또 이 대표가 현행 제도로 가겠다는건 “의석수 나눠먹기 그 이상도 이하 도 아니다”라며 “선거제도가 이 대표와 민주당을 위한 이익실현으로 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에 대비해 일찌감치 위성정당 창당을 못박은 상태다.

이와 관련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위원장이 이 대표의 준연동형제 유지에 대해서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냐'라는 말을 했다”며 “자기 예상대로 안 되니 언짢습니까? 허를 찔리고 나니 초조하고 불안합니까? 스스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을 텐데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 당혹스럽습니까”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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