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비례정당’ 어떻게 진행되나···2020년과 판박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만들겠다고 밝힌 ‘통합형비례정당’은 민주당이 4년 전 21대 총선을 앞두고 만들었던 비례위성정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민주당 주도로 선거용 임시 비례정당을 만들되, 비례대표 앞 순번 일부를 소수정당에 양보할 뜻을 내비쳤다. 비례정당에 참여한 소수정당은 22대 총선이 끝나면 각자의 당으로 돌아간다. 일각에서는 ‘도로 위성정당’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비례 의석까지도 다 가져가겠다고 하니 이걸 저지하기 위해 정당방위적인 응급 대응조치로 저희가 일종의 임시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비례연합정당 합류가 아닌 민주당 주도의 새 비례연합정당 창당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과 자신이 제안한 통합형비례정당 간 차이에 대해서는 “민주당만의 후보가 아니라 소수정당들, 소수정치세력의 후보들도 배제되지 않도록, 100%는 아니지만 상당 정도는 비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께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소수정당의 연합 플랫폼 형태가 반반쯤 섞여 있기 때문에 준위성정당”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직접 비례정당을 창당하고 비례대표 후보 앞순번을 소수정당 몫으로 비워두는 것은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이 했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비례 순번 1~10번까지는 시민사회 추천 후보와 용혜인 기본소득당·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게 양보하고 11번부터 민주당이 자체 공천한 후보를 배치했다. 용·조 의원은 21대 총선이 끝나고 각자의 당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비례 의원들은 합당 형태로 민주당에 흡수 통합됐다.
다만 이 대표는 4년 전과는 달리 상당수 비례 의석에 대한 공천권을 직접 행사하려 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선거의 승패 결과도, 표심의 왜곡 결과도 결국 민주당이 범야권 진보개혁·민주진영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맏형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크게 질 수밖에 없고 그 큰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는 6일 예정된 의원총회와 당원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비례정당 창당 실무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원 의견수렴 절차를 두고는 “100% 당원투표의 형식을 취할지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내 절차를 마친 뒤에는 다른 야당들에 비례정당 참여를 공식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통합형 비례정당은 지역구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한다. 이 대표는 “지역구 문제를 포함해서 비례선거까지 선거대연합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들었다”며 “(범민주 진영 후보끼리) 경쟁하다 어부지리를 (국민의힘 후보에) 주는 경우를 최소화하자는 게 저의 선거대연합”이라고 말했다. 비례정당에 참여하는 소수정당은 지역구 후보 단일화에도 협조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 관계자는 “정의당은 물론이고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까지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에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어느 세력까지 함께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열린민주당이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인 ‘개혁연합신당’ 창당을 제안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개혁연합신당 합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래경 전 민주당 혁신위원장 등 진보 성향 시민사회 원로들도 비례연합정당인 ‘K정치연합’ 창당 발기인 모집을 마치고 기본소득당·진보당과 접촉해왔다. 반면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준위성정당은 위성정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악성 책략”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나 조국 전 장관과도 비례정당에 함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된 송 전 대표는 옥중에서 ‘정치검찰해체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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