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우주 공간 활용과 우주상황인식
인류가 지구 위성 궤도에 인공물을 진입시킨 것은 냉전시기 치열한 미소경쟁 속에서 이뤄진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처음이었다. 이후 저궤도부터 정지궤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공위성이 각각 임무를 가지고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과거 정부 주도로 인공위성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나 뉴 스페이스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것과 같이 스타링크와 같은 민간의 상업적 목적에 의한 인공위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우주산업이 고부가가치 주요산업이 됐다. 주로 군사적 목적의 감시정찰에 사용되던 저궤도는 소형 위성의 기능 향상과 발사비용이 저렴해짐에 따라 군사적 목적만이 아니라 대규모 군집 통신위성 등 상용 위성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저궤도로 분류하는 2000㎞ 이하 고도에서 2022년 기준 약 7500기 이상의 위성이 운용 중이고 운용 종료된 위성은 약 2800기다. 이보다 저궤도 공간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발사체 잔해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된 우주쓰레기다. 10㎝ 이상 크기의 우주쓰레기는 약 2만6000개 이상이 있고 위성과 같은 궤도운동을 하고 있다. 우주쓰레기는 충돌에 의해 운용 중인 위성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추락에 의한 피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우주 공간에 어떤 물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추적하는 것을 우주상황인식이라고 하고, 각각 우주 물체가 어떤 모양이고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인지 식별하는 것을 우주영역인식이라고 한다. 우주상황인식 능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우주쓰레기를 포함해 급증하는 우주물체 틈바구니에서 기존 위성을 잘 운용하는 것도, 새로운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미국은 다양한 레이다와 광학 장비를 이용한 지상기반과 우주기반의 우주감시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10㎝ 이상 크기의 대부분 우주물체를 지속적으로 탐지·추적해 목록을 갱신한다. 미국은 공개 가능한 위성과 우주물체 정보를 민간에 공개하고 있고 민감한 정보는 동맹국간 또는 다자간 다양한 정보교환 협정 등에 의해 일부 제공하고 있다. 유럽, 중국, 러시아, 일본 등도 미국만큼의 능력은 아니지만 우주물체를 탐지·추적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광학우주감시체계를 운용하고 있으나 광학 장비 특성상 주야간에 따른 제한과 기후의 영향성도 있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많은 수의 우주물체를 탐지·추적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와 같은 광학장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전천후 환경에서 동작하고 장거리에서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레이다 장비다.
특히 완전디지털 AESA 다기능레이다 기술은 수천개 다수 표적을 넓은 영역에서 제한된 시간에 탐지·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함으로써 상시적으로 우주물체를 감시해야 하는 우주상황인식에 알맞는 능력을 제공한다. FD AESA MFR 기술없이 드넓은 우주공간에서 음속 20배 이상의 속도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수많은 우주물체를 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한 우주감시레이다가 한반도 상공에서 가능한 많은 수의 우주물체의 현재 위치를 알아내고 궤도분석에 의한 미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 독자적 우주물체 목록을 구축할 수 있을 때 광학장비, 전용 추적레이다 등의 다른 장비를 활용해 우주영역인식 능력도 일정 부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현 정부는 '국방혁신4.0'에서 국방우주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고 그 중 하나로 우주감시레이다의 개발이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국방 분야에서 축적된 첨단 다기능레이다 기술을 발전적으로 활용하고 민군의 전문기관과 방산업체가 힘을 합친다면 거대규모 다기능레이다인 우주감시레이다를 성공적으로 국내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를 통해 획득한 독자적 우주상황인식 정보를 민과 군에서 잘 활용해 우주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경제와 안보라는 두 가지 국익을 잘 지켜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찬홍 국방과학연구소 레이다전자전센터장·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 chkim@add.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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