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33〉AI 시대의 '몸': 우리는 신체를 두려워하는가

2024. 2. 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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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지난주 기술이 바꾸는 미래를 한층 명확하게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두 가지 소식이 있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그동안의 침팬지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 벗어나 인간 실험자의 첫 번째 뇌 임플란트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이는 생각만으로 디지털 디바이스를 조작할 수 있는 인간의 신체와 기술의 직접적인 결합, 그 중에서도 인간의 지능이라는 미지의 영역에서의 시도라는 점에서 놀랍거나 두려운 소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 제품인 비전프로가 미 전역 애플스토어에서 체험 서비스를 시작했고 관련한 사람들의 실제 사용 후기가 쏟아져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개인화 기술 칼럼니스트인 조안나 스턴은 가족의 방해를 받지 않는 스키장의 오두막에서 해당 제품의 24시간 사용 후기를 올리며 고통스럽지만 통찰력 있는 경험이라 고백하기도 했다.

두 소식 모두 해당 기술 분야에서의 전면적 상용화라는 목표에 있어서는 첫 시도이자 한 발자국 더 나아갔음에 의미를 부여함이 적당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생의 시작과 마지막을 결정짓는 신체와의 삶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궤적, '신체의 확장'이 실현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잠시 멈춰 서서 그 의미와 앞으로의 보완적 방향성에 대해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2004년 과학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신체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과학 연구의 규범적 차원'이라는 논문에서 몸에 대한 앞으로의 질문은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신체에 대한 이야기가 반드시 생리학으로 이어지고 의학으로 이어져 마치 신체가 일차적 특성의 영역에 속하는 것처럼 과학이 스스로 정의하도록 내버려 둠은 사람의 본질적인 측면에서의 육체가 왜곡된 인식으로 판단될 수 있음에 대한 우려를 담아냈다. 그는 신체를 단순히 경험하는 정신을 수용하는 수동적 물질이 아니라 세계, 환경, 도구와 상호작용하면서 능동적으로 표현하고, 측정하고, 비교하는 역동적인 인터페이스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라투르의 이론은 내재화된 비대칭적 접근, 네트워크로 연결된 대칭적 접근이라는 기술 앞 신체의 역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이는 곧 뉴럴링크, 애플 비전프로가 다가가고자 하는 '신체의 확장'이라는 목표의 구체화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관련해 최근 5~6년 간 신체와 연결된 고통, 건강, 스타일, 음주 관습에 대한 프로젝트들을 경험하며 필자가 확인한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와 맺는 관계는 크게 두 가지 공통적 패턴을 드러낸 바 있다.

첫째, 사람들이 일상에서 신체를 통해 확인하는 경험은 주관적으로 내적이며 난해하다. 신체는 수동적인 지지대로 확인되며 많은 경우 '느슨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고혈압이나 암 진단과 같은 지속적 관리의 필요를 요하는 상황을 마주한 사람들은 당시에는 충격을 받거나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며 회복에 집중하다 점차 다시 이전과 같은 신체와 맺어 온 익숙한 관계로 회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다. 물론 이전과는 달리 상징적인 징후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하나 수동적 그릇으로 대하는 관점은 유지했다. 이 같은 개인이 신체와 맺는 비대칭적 관계는 디지털 도구가 각자의 구체화된 경험을 측정하고 외부와 비교하도록 도울 수 있는 기회이자 방향성을 확인케 한다.

둘째, 사람들은 신체적 경험을 외부 환경 및 도구를 기준으로 차이를 인식한다. 예를 들어 굳은 허리 근육의 긴장 상태 완화를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네 발로 걷기를 시도할 때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경험한다. 또 나이가 들수록 그동안의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신체 관리의 영향이 결과로써 차이가 드러나면서 얼굴의 검버섯, 뱃살, 목의 주름, 탈모 등을 언급하며 외부 모임 참여 시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 같은 외부 네트워크로 연결된 대칭적 관계는 사람들이 디지털 도구나 기술을 통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차이를 인식하고 표현하도록 지원할 기회를 제공한다.

각 상황에 맞는 의상의 역할을 넘어 문신을 통해 신체를 통한 의미와 가치 표현이 어느새 익숙해진 시대다. 그리고 이제 신체 내부, 외부에 기술적 도구를 더해 신체의 더 나아간 확장을 이루고자 하는 시도가 목격되고 있다. 우리는 신체를 두려워하는가? 혹은 몸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어쩌면 지금이 불완전한 신체를 통해 보다 진정성 있는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는 시기일 수도 있겠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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