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한동훈 위원장의 ‘사직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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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이를 지적한 언론사들에 대해 한 위원장 측은 "'사직에서 롯데야구를 봤다'는 것으로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고 발언한 바 없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사직 야구'가 사직구장에서 본 것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에서 봤다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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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꼭 야구팬이 아니라도 “잠실에서 야구 봤다”는, “잠실구장에 가서 야구 봤다”는 뜻인 걸 안다. “고척에서 야구 봤다”는 “고척구장에서 야구 봤다”이다. 사회 구성원 공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맥락의 언어’이다.
□ “저는 그때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했고, 서면 기타 학원에서 기타를 배웠고,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습니다.” 지난달 10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산시당 당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좌천돼 부산에서 근무하던 시절, 부산과 쌓은 친밀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그가 부산고검에서 근무하던 2020년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열렸다. 이를 지적한 언론사들에 대해 한 위원장 측은 “‘사직에서 롯데야구를 봤다’는 것으로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고 발언한 바 없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 한 위원장은 ‘사직 야구’를 ‘사직구장 야구’로 받아들인 언론보도에 대해 “심각하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정정보도를 신청했다. 발언 그대로 ‘구장’이라는 말이 없었으니, 정정보도를 하면 그만일까. 하지만 한 위원장은 ‘사직 야구’가 사직구장에서 본 것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에서 봤다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가 시점을 착각해서 한 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착각했다” 한마디면 아무 일도 아닐 사안이다.
□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모순된 두 가지를 동시에 받아들이는 ‘이중사고’가 등장한다. 분명히 발생했던 일은 지워지고 역사는 거짓으로 다시 쓰이며 그것이 진실이 된다. ‘사직에서 롯데야구를 봤다’는 것이 ‘사직구장이 아니라 부산 사직동 어느 거리에서 휴대폰으로 롯데경기를 봤다’라는 뜻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까. 자신이 뱉었던 말, 특히 사담에 가까운 별거 아닌 말의 해석까지 독점하려는 것은 권력자로서 위험한 자세이다. ‘바이든’으로 들었던 사람들에게, ‘날리면’이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이진희 논설위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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