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넘버 3' 전쟁 … 뺏고 뺏기는 반전의 4파전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의 최대 화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치열한 왕좌 경쟁이었다. 왕관은 8년 만에 다시 BMW로 돌아갔다. 하지만 1위 싸움의 이면에는 더욱 거세진 3위 경쟁이 있다. '독3사' 중 하나인 아우디의 판매량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볼보가 빠르게 따라붙었고, '노재팬'으로 판매량 감소를 겪은 렉서스도 천천히 판매량을 회복하고 있다. 테슬라 판매량 역시 빠르게 성장하면서 3위 자리를 놓고 4개사가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량 1, 2위는 각각 BMW와 벤츠가 차지했다. 각각의 연간 판매량은 7만7395대, 7만6697대다. 3위는 아우디로 1만 7868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4위를 기록한 볼보(1만7018대)와 1000대 미만의 차이다. 렉서스는 1만3561대를 기록했다. KAIDA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해 판매량은 1만6461대로 볼보와 1000대 미만 차이로 비공식 5위를 차지했다.
본격적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이 태동한 2000년대 초반 이후 수입차 시장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의 3파전이 지속돼왔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1만대를 넘어선 2002년에는 BMW가 5000여 대로 압도적인 1위, 3000여 대인 렉서스가 2위, 메르세데스-벤츠가 2000여 대로 3위를 차지하는 구도였으나 3사 간 격차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BMW와 벤츠, 렉서스 3개사의 1위 접전구도가 굳어지는 동안 아우디는 딜러사 대신 '아우디코리아'를 통한 본격 수입을 시작하면서 시장의 '메기'로 떠올랐다.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로 2008년 아우디가 렉서스를 따라잡은 이후 디젤게이트까지 8년간의 기간은 아우디의 공고한 3위 기조가 이어졌다. 아우디의 연간 판매량은 2011년 연간 1만여 대를 시작으로 매년 5000대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2만여 대에서 시작해 매년 5000여 대씩 성장하며 격차를 줄이지는 못했지만, 렉서스가 같은 기간 연간 5000대에 머물러 있었던 만큼 4위와의 격차는 컸다. 2015년 아우디 연간 판매량은 3만2538대로, BMW(4만7877대), 메르세데스-벤츠(4만6994대)를 위협할 정도였다.
경쟁하는 1, 2위와 견고한 3위의 구도는 2010년대 중반부터 볼보가 국내 시장의 새로운 메기로 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000대도 못 미치는 판매량을 보이던 볼보는 2014년부터 매년 1000대에서 2000대씩 꾸준히 판매량을 늘렸다. 2018년에는 판매량 1만대를 넘긴 1만570대를 기록하면서 1만1930대를 판매한 아우디, 1만2241대를 판매한 렉서스를 본격적으로 추격하기 시작했다.
볼보의 도약에 2020년대는 아우디와 렉서스, 볼보의 3위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또다시 노재팬의 직격탄을 맞은 렉서스의 판매량은 이미 2020년 앞질렀고, 지난해 판매량은 아우디에 불과 800대 뒤진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KAIDA 공식 통계에 테슬라 판매량이 더해지는 만큼, 더 치열한 4파전이 예상된다. 테슬라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1만6461대로, 이는 전년 대비 13% 상승한 수치다.
국내 수입차 역사상 가장 치열한 3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각사들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스타필드 수원에서 아우디와 볼보가 동시에 전시장을 개관한 것이 상징적이다. 볼보는 연면적 466㎡의 북유럽 감성 전시장을 열었고, 아우디는 이보다 작은 285㎡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했지만, 위치를 1층으로 잡으며 맞불을 놨다.
특히 지난해 3위를 아깝게 놓친 볼보는 올해 판매 목표 대수를 1만8000대로 잡으며 가장 빨리 움직이고 있다. 볼보는 올해 상반기 중 4000만원대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30'을 출시한다. 이는 유럽 시장 판매 가격보다 1000만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1000억원 규모의 투자로 국내 판매와 서비스 네트워크를 늘리겠다고도 발표했다.
독일 3사 중 가장 먼저 전동화 전환을 시작한 아우디는 올해 전기차 판매 전략 확대와 함께 고성능, 고가 내연기관차 출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올해 안에 대형 SUV의 전동화 모델인 'Q8 e-트론'을 출시할 계획이다. 고가 모델에서는 600마력대를 넘나드는 'RS7 퍼포먼스', 'RS6 아반트 퍼포먼스', 'SQ7'을 지난달 연이어 출시했다. 지난달 1억원 이상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가 8963대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운 만큼, 할인 등으로 다소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한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노재팬으로 인한 판매 부진을 회복하고 있는 렉서스는 주특기인 하이브리드 판매를 내세워 국내시장 재공략에 나선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함께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판매 모델 대부분이 하이브리드인 장기를 살린다는 전략이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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