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 D-3…'3선' 샤리프 전 총리, 화려하게 복귀할까
'망명 후 귀국' 샤리프, 군부 등에 업고 4선 성공하나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세 차례 파키스탄 총리를 지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4년간의 망명 생활 끝에 다시 돌아와 성공적인 정치 복귀를 알리고 있다. 군부가 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총선에서 샤리프 전 총리와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을 지원하고 있어 4선 성공이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5일 AF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오는 8일 유권자 1억2800만 명이 하원의원 266명을 뽑는 총선이 예정돼 있다. 펀자브주(州) 등 4개주 주의회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총선에 참가한 정당으로는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PML-N과 파키스탄인민당(PPP) 등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파키스탄이 경제 침체, 국경 분쟁, 이란 및 아프가니스탄과의 긴장감 고조 등 다양한 위기로 휘청거리는 역사적 격동의 시기에 진행된다.
파키스탄 군부는 이러한 불안정 속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는데, 선거를 앞두고 군사 개입 정황도 속속들이 포착되고 있다.
◇군부 지지로 당선된 임란 칸, 이제는 군부 '눈엣가시'
불안의 중심에 선 건 2022년 부패 혐의로 축출된 임란 칸 전 총리다. 정치 전문가들은 2018년 선거에서 칸 전 총리의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이 승리한 데는 군부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올해 선거에서는 상황이 역전됐다. 칸 전 총리가 그간 행보로 군부의 눈엣가시가 된 것.
칸 전 총리는 파키스탄의 22대 총리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파키스탄 정부를 이끌다, 정치적 실세인 군부와 마찰을 빚으며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 투표로 축출됐다. 그는 독직과 부패, 테러 등 180개 이상의 혐의를 받는다.
칸 전 총리는 정치적 반대 세력과 군대가 미국 행정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축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부패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칸 전 총리는 파키스탄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고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으나 군부의 반발 등에 부딪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칸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지 하루 만에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 14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PTI 소속 후보들도 군부 아래에서 탄압당하며 대부분 출마가 금지된 상태다.
◇나와즈 샤리프 前 총리, 군부 등에 업고 4선 성공하나
그렇다면 올해 선거에서 군부라는 든든한 뒷배를 가진 건 누구일까. 다름 아닌 지난해 파키스탄에 돌아온 샤리프 전 총리다.
1990년대 군부의 쿠데타로 총리직에서 2번 물러났던 샤리프 전 총리는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해 파키스탄 사상 처음으로 민선정부 간 첫 선거를 통한 정권 이양에 성공했다.
그는 최초로 임기를 전부 마치는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17년 부정 재산신고 등 부패 혐의로 결국 축출됐다. 샤리프 전 총리는 이를 군부의 정치적 의도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2018년 지병으로 보석 석방된 샤리프 전 총리는 이듬해 영국으로 떠났다. 망명 생활 중에도 파키스탄 PML-N의 실세 역할을 하며, 그의 동생인 셰바즈 샤리프는 2022년 칸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 자리에 올랐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최근 범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정치인에 대한 평생 출마 금지 조치를 폐지해 샤리프 전 총리가 네 번째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다만 전문가들은 PML-N이 경제 책임론에 부딪힌 만큼 샤리프 전 총리의 당선이 '확실시'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아시아 태평양 프로그램 부연구원인 파르자나 셰이크 박사는 BBC에 "동생이 이끄는 그의 정당(PML-N)이 일련의 경제 정책을 시행해야 했던 전 연립 정부의 고위 파트너였기 때문에 그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샤리프와 그의 당은 국가를 휩쓴 위기는 아니더라도 경제적 불행에 대해 비난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28.30%로, 지난해 5월에는 37.87%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키스탄 루피의 미국 달러 대비 가치는 지난 2년간 50% 이상 하락했다. 또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7월 국제통화기금(IMF)과 9개월간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새 정부가 취임하는 것과 맞물려 만료될 예정이다.
아울러 샤리프 전 총리가 파키스탄에 귀국할 수 있던 데는 군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지만, 군부가 선거에서도 그를 온전히 지지하는지는 미지수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남아시아 담당 분석가인 마이클 쿠겔만은 CNN에 "그가 귀국한 이후 그렇게 많은 법적 구제를 받았다는 사실은 그가 군대의 은혜 속에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이는 '아이러니'다. 그는 현재 유력 주자이지만, 예전에는 군대와 끊임없는 대결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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