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알뜰주유소 제도 개선 가장 큰성과 … 제안내용 반영 보람 많이 느껴"
김대욱 교수 만나 연구용역 참여… 연구보조원으로 석유 산업과 인연 맺어
물량별 할인제도 폐지… 공동입찰서 농협 분리하는 개별입찰로 방식 바꿔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1년 시작됐지만 정부, 정유사, 주유소,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소모적인 논쟁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국석유공사의 연구용역 과제를 맡아 약 1년 정도 살펴봤고 보고서에서 제안한 내용 일부가 제도 개선에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연구자로서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김태환(38·사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2018년에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입사해 현재 국내 석유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들을 연구하고 있다. 1년동안 진행하는 연구 과제만 보통 4~5개에 달한다. 그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있는 울산과 서울을 주중에도 몇 번씩 왕복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그의 연구 성과로는 알뜰주유소의 제도 개선을 꼽을 수 있다. 김 실장은 "알뜰주유소 제도가 시행된지 10년 지난 시점에는 데이터가 많이 쌓여 연구가 가능했다"며 "가격 인하에 따른 소비자후생 증가 효과는 분명히 있었는데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은 "주어진 파이를 나누는 문제는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상대적 만족도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완전히 만족하는 합의점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며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주체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힘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최소한 과거에서 한 발 더 진보한 정책 개선 방안을 냈다는 평가에 보람이 컸다"고 전했다.
그가 맡은 '알뜰주유소 사업 10년 평가와 과제' 보고서의 제안 내용은 지난해 알뜰주유소의 제도 개선에 반영됐다. 물량별 할인제도를 폐지하고, 알뜰주유소의 입찰 방식을 공동입찰에서 농협을 분리하는 개별입찰로 변경된 것 등이다.
김 실장은 "알뜰주유소 사업은 원론적으로는 (정부가)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대량 공동구매를 하는 것"이라며 "현재는 각 주유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물량을 구매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민간주체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향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이 석유 정책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순전히 우연에 가깝다. 학부와 석사 과정때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김대욱 교수를 만나면서다. 당시 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유소 담합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김 실장은 당시 연구보조원으로 주유소 시장의 데이터를 처음 접하면서 석유 산업과 인연을 맺게 됐다.
김 실장은 "미시경제학에서 산업조직론을 전공했는데 석유산업을 공부했다기보다는 경제학적으로 주유소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을 살펴 보는 게 시작이었다"며 "당시 교수님께서 소위 정유사의 원적지 담합 의혹을 연구하는 것을 보면서 석유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산업조직론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도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주유소 데이터를 보는 게 재미가 있었다"며 "지금도 석유 시장 현실에 적용되는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이론에 적용하는 실증적인 과정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의 중요 업무 중 하나는 '국제 원유 시황과 국제유가 전망'이다. 그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 자체를 다루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맞추기 위해서 전망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가격은 결국 수요와 공급, 각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전부"라며 "원유 시장의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기 때문에 매일 아침을 국제 유가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동에서 전쟁이 나면 전쟁 자체가 아니라 전쟁이 향후 공급을 줄일 것이란 기대감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어제와 오늘의 수요·공급이 달라지는 모습을 살펴보는 게 재미"라고 전했다.
그는 국내 석유 정책을 연구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게 목표다. 김 실장은 "매주 저희 연구소의 보고서가 나가는데 그 짧은 보고서도 적게는 몇백 명에서 많게는 몇천 명씩 본다"며 "앞으로도 석유산업을 꾸준히 연구해 정책 개선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국내 석유산업은 부가가치, 세수, 고용 등 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시대에 국내 석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 높이고, 부족한 부분은 제도·정책적 노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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