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PF 정리 속도…불법공매도, 홍콩 당국과 협력"(종합)
2~3월 중 불법 공매도 IB 추가발표 예
(서울=뉴스1) 공준호 박승희 신민경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객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한 금융사에 대해 '시장퇴출'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감독방침을 예고했다. 최근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금융사의 투자 및 상품판매 행위에 따른 문제점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경고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사의 충당금 확보를 유도해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는 한편 '홍콩 ELS' 관련 검사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공정한 금융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불공정 금융거래 관행을 개선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4년 업무계획 발표'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부터는 고객의 이익을 외면하고 정당한 손실 인식을 미루는 등의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의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원칙 하에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 경영진 및 이사회 모두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감독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감독당국도 올해는 이러한 기본 원칙을 정립하고 시장 질서를 엄격히 바로잡고자 한다"고 했다.
◇PF 부실정리 속도…"시장 저항있어도 뚫고 갈 것"
올해 금감원은 잠재 위험요인 관리 및 자금 중개기능의 회복등을 위해 지금부터 적극적인 PF 부실 정리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가 충분한 충당금 등을 쌓도록 지도하고, 손실의 적정한 인식 여부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충당금을 통해 확보된 여력을 바탕으로 사업성 없는 사업장은 경·공매 등을 통한 정리·재구조화를 유도해 비효율적으로 묶여있던 자금을 경기회복시 생산적인 부문으로 투자될 자금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연체유예 또는 만기연장 반복 등 사업성이 현격히 낮아진 사업장은 우선적으로 2023년 말 결산시 예상손실을 100% 인식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현재 금감원은 개별 저축은행 등에 대한 1:1 면담을 마쳤으며 오는 8일까지 추가 적립 계획을 제출받아 점검할 예정이다.
이밖에 여타 사업성 우려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업성평가 기준'을 보다 변별력 있게 개편해 엄격한 평가를 유도하고 경·공매 등 부실 사업장 정리를 지원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복현 원장은 "(부실PF 정리 과정에서)다소 강한 저항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에 기반한 것이라면 그냥 뚫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개별 금융회사의 사정을 더 많이 봐줬다면 지금은 원칙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주단 협약에서도 협약 취지에 맞게 유의미한 소수가 원한다면 경공매로 넘어갈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2022년 말부터 금융회사와 주요 건설사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해왔다"며 "상반기중에 태영건설급으로 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줄만한 건설사 유동성 이슈가 눈에 보이는 정도로 있는건 없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형건설사나 중형건설사가 시장원리에 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은 안타깝기는 하지만 시장의 정리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홍콩 ELS' 이달 검사 마무리 방침…"재가입 여부보다 구체적인 판매과정이 중요"
금감원은 현재 진행되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사 검사를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문제 소지가 있는 판매사례를 유형화하는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책임 분담 기준 마련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의심사례에 대한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해 분쟁조정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판매사및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현장검사 등을 통해 판매 및 관리 등 전반적인 운영현황을 살펴보고 금융위와 협의해 종합적 개선대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고객의 홍콩 ELS 재가입 여부보다는 구체적인 판매과정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홍콩H지수 ELS 가입고객의 경우 재가입자 비율이 9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가 향후 불완전판매 입증이나 배상비율 책정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복현 원장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재가입을 할 때 '재가입이니까 그냥 믿고 가입하세요'라는 식으로 넘어갔다면 그런 경우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원칙 위반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가입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분들은 자기 책임을 지셔야지' 이렇게 볼 거는 아닌 것 같고 결국은 개별 사례별로 소비자의 자산구성이나 규모에 따른 적정한 권유가 이루어진 건지, 향후 해당 어떤 자금의 운영 목적이 어떻게 될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금소법의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2~3월 중 불법 공매도 IB 추가발표…이복현 홍콩 방문 검토
금감원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관행적인 대규모 불법공매도 조사도 지속해서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몰린 홍콩에 이복현 원장이 직접 방문해 관련 설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불법 공매도) 사실관계 확인을 책임지는 금감원 입장에선 주요 확인 절차를 최대한 빨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2~3월 중에라도 추가적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0여개 회사를 선정해 위반 개연성이 높은 종목·기간을 추출하여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달 IB 2개사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추가로 적발했으며 유사 위반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은 만큼 현재 종목과 기간을 확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중이다.
금감원은 추가 적발된 글로벌 IB 2개사를 포함한 10여개사에 대한 조사를신속하게 진행하고 조사 완료건부터 순차적으로 제재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공매도 위반으로 적발된 글로벌 IB의 아태지역본부 대부분이 홍콩에 소재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조사를 위해 홍콩 금융감독당국과 공조 방안을 협의중이다.
이에 더해 조만간 홍콩 감독당국을 방문하여 구체적인 실무협력 채널마련 등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2월 중 실무팀에서 홍콩을 방문해 공매도 관련 상황 등을 공유하고 홍콩 당국이 우리를 도울 부분이 무엇이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며 "저나 담당 부원장이 가능하다면 연내 방문해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금융소비자 보호확대…'공정금융 추진위' 신설 예고
금감원은 민생침해 금융범죄 근절을 위해 모든 단계에 걸쳐 유기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금융소비자의 관점에서 금융거래 관행개선, 금융애로 해소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금감원은 금융 범죄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부 협의체와 유관기관 협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 범죄를 예방하고 단속·피해구제 하는 등 전단계에서 총력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정한 금융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불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개선을 추진한다.
동시에 시스템을 개선해 금감원 분쟁처리 효율성도 제고할 예정이다. 민원관리 취약 회사에 대한 현장 컨설팅·CCO 간담회·민원 현장 조사 등을 통해 금융회사 민원 예방 노력도 유도한다.
실직‧중대질병‧출산 등 소득단절 기간동안 보험료 납입을 유예하는 '민생안정특약' 상품출시, 자동차보험 반려동물 관련 특약 개발 등 소비자에게 유익한 상품‧서비스 개발도 지원한다.
금감원은 서민‧취약계층 금융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지원체계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고령층 등 금융 접근성 강화 등을 추진한다.
우선 은행 사회공헌 활동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에서 내실 있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한다. 서민금융진흥원 등 유관기관과 서민‧취약계층 지원 확대를 위한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상생·협력 금융 신상품 우수사례 제도를 통해 상생 상품 개발을 지속 유도해 금융 지원을 내실화할 방침이다.
또 장애인‧고령층 등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인프라 개선 작업도 거친다. 업권간 지원제도 수준 차이 해소 및 금융 앱 고령자(간편) 모드 전금융권 단계적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ze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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