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2군 경험한 한유섬, ‘두 번의 실수’는 없다
2023시즌 전·후반기 한유섬(35·SSG)은 완전히 다른 선수였다. 지난해 전반기 그는 60경기에 출전해 타율 0.185, 2홈런, 2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31을 기록했다. 프로 통산 0.510을 기록하던 그의 장타율은 지난해 반환점을 돌 때까지 0.261에 머물렀다. 부상 위험을 덜고자 비시즌 타격 자세를 수정한 여파였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한유섬은 결국 익숙한 원래 타격 자세로 돌아갔다. 그러나 시즌 도중 타격 자세를 다시 고친다는 건 베테랑인 그에게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팀을 대표하는 ‘거포’ 한유섬도 더는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다. 지난해 6월과 7월, 두 번의 ‘2군행’을 경험했던 한유섬은 당시를 떠올리며 “두 번째로 2군에 갔다가 올라왔을 때는 막말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올해는 그르친 것 같으니 편안하게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은 덕분일까. 8월부터 점차 살아나기 시작한 그의 타격감은 9월 들어 완벽하게 깨어났다. 정규시즌 막판인 9~10월만 보면 한유섬은 리그 최고의 타자로 불려도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이 기간 32경기에 출장했던 그의 성적은 타율 0.425, 3홈런, 27타점, OPS 1.105였다. 그는 “마음이 급해진 만큼 퍼포먼스가 잘 나오지 않았다. 심적 부담을 덜어내니까 조금씩 살아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유섬은 지난해 시련을 반등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그는 “최악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야기하자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시즌 경험을 토대로 똑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으면 될 것 같다”고 다짐했다. 후반기 맹타를 휘두르며 전반기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고는 하나 기록과 관련한 아쉬움은 짙게 남았다. 특히 지난 시즌 홈런 7개에 그치며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이어가지 못한 점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2017년 29홈런을 터트렸던 한유섬은 2018시즌 41홈런으로 커리어하이를 찍는 등 2022년까지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날렸다. 한유섬은 “내게 기대하는 수치가 있는데, 그걸 채우지 못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일단 다시 두 자릿수 홈런을 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홈런보다 조금 더 욕심이 나는 건 타점 생산이다. 득점권에서 잘 쳐서 최대한 많은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고 싶다”고 전했다.
한유섬은 지난달 25일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가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스프링캠프 출국 며칠 전 참가했던 ‘팬 페스티벌’에서 팬들이 해준 뼈있는 한마디를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있다. “올해 개막은 9월이 아닌 3월이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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