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이어 칠레 삼킨 산불…소득 낮을수록 피해 높아

박건희 기자 2024. 2. 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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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오후 칠레 해안도시에서 발생한 산불로 최소 99명이 사망하고 372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가운데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산불로 인한 피해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산불은 캘리포니아 북부 산악지대와 중부 센트럴밸리에서 자주 발생해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극심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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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산불이 칠레 중남부를 덮친 가운데 6일(현지시간) 비오비오주 산타후아나에서 한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하러 삽을 든 채 달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4일(현지시간) 오후 칠레 해안도시에서 발생한 산불로 최소 99명이 사망하고 372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가운데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산불로 인한 피해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칠레 국가재난예방대응청에 따르면 칠레 중부 발파라이소주에서 2일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크게 확산되면서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등 대표적인 칠레 해안도시 등이 화염에 휩싸였다. 발레리아 멜리필란 킬푸에 시장은 4일 미국 CNN와의 인터뷰에서 "칠레 사상 최악의 산불"이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섭씨 33도를 웃도는 무덥고 건조한 '여름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4월 캐나다 전역에서 발생한 대형산불과 8월 하와이 마우이섬을 강타한 산불도 덥고 건조한 환경이 확산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해 토양이 머금은 수분이 사라지며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됐다고 분석한다. 대형산불이 '뉴 노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스크립스해양학연구소 연구팀은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산불로 인한 타격을 크게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드'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의 50%는 산불에서 발생한다. 캘리포니아주 면적의 약 68%는 2020년 산불 시즌 동안 폭염을 비롯해 유독성 대기에 노출돼 있었다. 향후 캘리포니아 내 폭염 빈도는 10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19년 사이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대기중 유독성 가스와 더위에 노출된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장호흡기 질환 관련 내원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2006년~2019년 사이 캘리포니아주 주민이 심장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일수가 평균 7%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산불은 캘리포니아 북부 산악지대와 중부 센트럴밸리에서 자주 발생해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극심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의 특성상 대기에 노출된 야외에서 일할 확률이 높아 특히 건강 위험도가 높았다.

소득·교육 수준이 낮은 집단이 밀집돼 있는 거주 지역의 위험도도 높았다. 산불로 인한 폭염을 막아줄 기반시설과 의료 시설이 현저히 모자랐다. 에어컨이 갖춰진 실내 공간, 차양막 등이 잘 조성돼 있는 집이 모여있는 부촌은 산불로 인한 열을 효율적으로 차단하고 대기중 독성 물질을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어 위험도가 낮았다. 

또 소득 수준이 낮은 지구일수록 의료 보험에 가입돼 있는 주민의 수도 적어 호흡기 질환에 걸리더라도 의료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타릭 벤마르니아 스크립스해양학연구소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시기는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취약 계층에게 더 큰 문제로 다가올 것"고 말했다. 

산불 연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속속 나온다. 화재로 발생한 대기중 유해물질이 혈류로 들어가 기관지와 심장에 문제를 일으킨다. 지난해 6월 김종헌 성균관의대 교수 연구팀은 임신부가 산불 연기에 노출될 경우 태아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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