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피 서식지 복원하는 LG화학…탄소흡수·해양생태계 보호 효과
[한경ESG] ESG Now
LG화학이 잘피 5만 주를 심어 잘피 서식지를 복원하고 있다. 미래세대에게 바다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LG화학이 여수 사업장과 가까운 대경도 인근 해역에 2026년까지 조성하는 잘피 서식지 규모는 최대 10만㎡ 규모로, 축구장 14개 크기에 달한다. 2023년 11월까지 잘피 5만 주를 이식했으며, 잘피의 성장 상태와 확산 범위를 살피며 올해 2만 주를 추가로 심을 예정이다. 2026년에는 잘피 군락지가 안정적으로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잘피는 바다 잠수부가 모내기하듯 심는다. 이렇게 심은 다년생 해초인 잘피는 해조류와 달리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다른 속씨식물과 마찬가지로 씨앗과 꽃가루도 만들고, 게와 새우 등 해양생물이 육지의 벌처럼 수분을 한다. 잘피 군락이 조성되면 연안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군락에 어린 물고기, 말미잘, 고둥 등이 찾아오면 훼손된 바다생태계도 복원된다.
또 바닷속에 잠긴 잘피는 바닥에 뿌리를 내려 파도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해안침식을 늦추고 탄소를 흡수한다. 해초류인 잘피는 육지의 숲과 비교할 때 단위면적당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우수해 기후 적응을 돕는 탄소흡수원으로도 주목받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잘피를 주요 블루카본(해양생태계를 통해 탄소흡수)으로 분류한다. LG화학이 잘피 서식지 복원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다. 김장균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 연구팀은 잘피 군락지 1만㎡가 연간 최대 500톤의 탄소를 흡수할 것으로 추정한다.
잘피 서식지 복원에는 여수시청과 한국수산자원공단, 땡스카본, 기아대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 잘피 서식지를 안정적으로 복원하는 동시에 해양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널리 확산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잘피 서식지 복원과 연구는 한국수자원공단, 세부 프로그램 운영은 기후테크 스타트업 땡스카본이 담당한다. 기아대책은 여수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잘피 및 해양생태계 교육을 맡고 있다.
바다숲, 메타버스로 확장
특히 땡스카본은 잘피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를 광활한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 미래세대에게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 내에 만든 블루 포레스트(Blue Forest)가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다. 누구나 해당 공간에 방문하면 잘피를 심어 탄소를 감축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잘피와 산호로 자신만의 바다도 꾸미고 새로운 해양 동물도 만날 수 있다. 땡스카본에 따르면 2023년 6월 공개된 블루 포레스트의 누적 방문객은 최근 350만 명을 돌파했다.
LG화학은 잘피 서식지와 관련한 해양환경 연구에도 착수한다. 잘피가 자연스럽게 군락을 이루고 퍼질 수 있도록 종자 활용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여수 바다생태계에 적합한 모종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수산자원공단이 남해본부 시설에 실내 파종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간 기업 주도로 잘피 생태 연구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화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역 상생과 협업을 위해 여수시 주요 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수시도 잘피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간담회에서 정기명 여수시장은 “LG화학에서 지원하는 잘피 서식지 복원이 탄소저감 등 지역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상공간은 물론 교실에서도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기아대책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매해 400여 명의 여수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해양생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세대가 마주해야 할 환경·사회문제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환경 강사가 학교로 찾아가 해양생태의 중요성을 메타버스 플랫폼과 바다 생물 기르기 키트 등을 활용해 알려준다.
나아가 LG화학은 블루 포레스트 방문객의 이름으로 국제리더십학생협회에 소정의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잘피 서식지 복원 사업을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토대로 삼고 있다.
<인터뷰> “잘피 서식지 복원, 해양생태계 중요성 알리기 위해서죠”
이영준 LG화학 CSR팀 책임 사진=김기남 기자
- 잘피를 선택한 이유는.
“사업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블루카본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해안가에 사업장이 있어 실질적으로 해양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고 그 결과 잘피를 선택했다. 잘피는 직접 탄소를 흡수하기도 하지만 죽어서도 퇴적층을 통해 탄소를 흡수한다. 다른 기업이 관심을 두지 않아 잘피에 더 끌린 것도 있다.”
- 잘피를 심는다는 표현이 와닿지 않는다.
“완도나 인근 해역에 이미 종자가 있다. 이런 종자를 채취해 이식하는 형태로 숲을 조성한다. 잠수부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모내기를 하듯 심는다. 잘피는 수심 3m 내외에서 자란다. 해조류와 달리 뿌리가 있는 잘피는 안착만 잘하면 물속에서 수십 년을 자랄 수 있다. 일부가 죽더라도 뿌리가 연결되어 있어 복원력도 좋다.”
- 어떤 환경적 효과를 고려했나.
“잘피 서식지가 조성되면 생물종이 다양해지고 어획량도 많아져 생태계가 복원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단순히 탄소흡수만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잘피를 선택했다.”
- 잘피가 탄소흡수 역할도 하는데.
“김장균 인천대 교수 연구팀은 1ha 면적을 기준으로 연간 최대 500톤의 탄소흡수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 공식적으로 논문이 발표된 것은 아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탄소흡수 효과를 좀 더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해양생태계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 프로젝트 핵심성과지표는 무엇인가.
“잘피 자체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블루 포레스트라는 메타버스를 글로벌 시민이 얼마나 활용하느냐가 핵심성과지표에 포함된 이유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인식 변화다. 세계시민의 인식 변화로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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