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바 소프라노 박혜상 “살아있는 동안 빛나길”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2. 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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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을 내며 화려한 기교를 부리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부터 비교적 낮고 무거운 메조 소프라노까지 전천후의 음역, 작은 몸에서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성량과 풍부한 감정 표현 등으로 세계 오페라 무대 주역으로 거듭난 박혜상(36). 그러나 그의 마음 한켠엔 부담감과 자기 의심이 도사릴 때도 있단다.

박혜상은 "한국 음악을 부를 때, 한복을 입을 때 자연스레 생기는 힘이 있다"며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뿌리를 알리고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에 관한) 궁금함을 일으킬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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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유일한 DG 전속 성악가
죽음과 삶 고민한 신보 ‘숨’ 발매
“팬데믹 기간 겪은 충격과 애도,
산티아고서 꾼 자각몽 등에 영감”
13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도
5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홀에서 연 도이치 그라모폰 신보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소프라노 박혜상.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고음을 내며 화려한 기교를 부리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부터 비교적 낮고 무거운 메조 소프라노까지 전천후의 음역, 작은 몸에서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성량과 풍부한 감정 표현 등으로 세계 오페라 무대 주역으로 거듭난 박혜상(36). 그러나 그의 마음 한켠엔 부담감과 자기 의심이 도사릴 때도 있단다. 팬데믹 기간엔 존재에 대한 물음이 더 심화했는데, 길었던 고뇌와 깨달음의 과정이 음악으로 뱉어졌다. 2년 반 동안 준비한 박혜상의 도이치 그라모폰(DG) 두 번째 앨범 ‘숨’은 지난 2일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5일 서울 서초구에서 만난 박혜상은 “레퍼토리를 정하는 시간부터 지금까지 항상 같은 마음으로 이 음반만 생각하며 살아왔다”며 “많은 고민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여러 차례 맞닥뜨리면서 힘겨운 애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박혜상은 “죽음에 대해 묵상하다 보니 우울해지기도 했는데, 그러다 우연히 ‘세이킬로스의 비문’을 접하게 됐다”며 “기원전 1~2세기의 철학이 현재를 사는 나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울린다는 게 너무 좋았다”고 했다. 세이킬로스라는 인물이 아내 혹은 어머니를 잃고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결코 슬퍼하지 말라. 살아있는 동안 빛나라”라는 문구다. 박혜상은 이 글귀를 음반의 전체 주제로 삼았다.

6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연 신보 ‘숨’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한국 가곡 ‘가시리’(작곡 우효원)을 부르는 소프라노 박혜상.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수록곡은 현대음악 작곡가 루크 하워드의 ‘와일 유 리브’, 고레츠키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중 ‘아베마리아’ 등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아우른다. 박혜상은 “중구난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메시지는 단 하나다. 죽음을 대하는 이들의 자세와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사랑하자,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니 슬퍼할 시간에 빛나게 살자.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사적인 이야기도 담겼다. 특히 삶과 죽음을 고민하기 위해 재작년 8월 바쁜 일 정을 쪼개 25일간 매일 20~30km씩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등 남달랐던 경험을 녹였다. 순례 와중에 경험한 ‘자각몽’은 음반 표지 사진으로 구현했다. 꿈속에서 박혜상은 신비한 존재와 영접했고, 물속에서 세상이 형형색색 다채로워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물속에서 숨을 참고 참다가 죽을 수도 있는 순간에 가장 살아있음을 느낀 경험이 너무 소중했어요. 오페라 준비를 하면서도 짬 날 때마다 프리다이빙을 배워 수중 촬영을 했죠.”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연 도이치 그라모폰 신보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손하트 포즈를 취한 소프라노 박혜상.
우효원 작곡의 ‘어이 가리’ 등을 수록해 한국 가곡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박혜상은 2020년 DG 첫 앨범 ‘아이엠 헤라’에도 한국 곡을 실었다. DG의 유일한 아시아 성악가인 만큼, 한국 가곡이 세계적 레이블 DG를 통해 소개된 것도 당시 최초였다.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리사이틀에선 국악기 아쟁의 선율과 하모니를 만든다. 박혜상은 “한국 음악을 부를 때, 한복을 입을 때 자연스레 생기는 힘이 있다”며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뿌리를 알리고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에 관한) 궁금함을 일으킬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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