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만 특혜 준다"…전세계 유례없는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 추진 논란

박미주 기자 2024. 2. 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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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 전세계 어디에도 사례 없는 의사 특혜 방안…철회해야"
의사단체는 특례 범위 모든 분야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

정부가 필수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를 추진하자 시민·환자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의사 특혜' 방안으로 환자 생명 경시 경향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이유에서다. 역설적이게도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를 환영하면서도 그 범위를 피부·성형 등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유감을 표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일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 중단 및 공공의대 신설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 직역만을 위한 형사처벌 면죄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인의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통사고처럼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해 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의료사고 대상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안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책임보험·공제에 가입 시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만 특례 적용 범위에 사망사고를 포함할지, 미용·성형은 제외할지 등은 추후 논의한다. 필수의료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감면 방안도 검토한다.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의료인 형사처벌 감면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에선 의사 특례이며 의료사고 피해 구제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대한다. 경실련은 "기본적인 법원칙도 거슬러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내팽개칠 개악이 포함됐다"면서 "이는 정부와 의료계의 다수 정치거래의 산물 중 그 위험도가 특히 높은 정책이며 전 세계 어디에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없는 의사 특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인 형사특례는 환자에 대한 생명경시 경향을 더욱 부추기고 과잉진료, 의료상업화로 인한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양산할 것"이라며 "기존에도 환자 피해 구제가 어려웠던 현실에 더해 앞으로는 의사가 돈 내면 아예 면죄부를 부여하겠다는 전무후무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소비자계에서 의료사고 관련 입증책임 전환을 요구했는데 정부가 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2010년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으로 경과실에 의한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의료인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이나 중재가 성립하게 되면 형사처벌을 하지 않도록 특례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의료인 기소율이 높다는 데 대해서는 해외의 경우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형사고소 대신 대안적 분쟁해결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률과 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의 내용과 경위 설명의무 △의사의 위로·공감 표현에 대한 보호장치 △대안적 분쟁해결기관의 신속하고 적정한 손해배상 △병원의 동일 환자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이다.

반면 정부가 도입하려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인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최소한의 장치도 전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료인과 피해환자에 대한 보호법익간 심각한 불균형을 야기하는 조치라는 판단이다.

경실련은 "의료사고에 대한 처벌부담을 완화하는 이유가 필수의료분야에 의사인력을 유인하기 위해서라지만 의료사고가 두려운 것이라면 성형외과는 어떻게 최고 인기과가 되었나"라며 "형사면책을 이용해 상업화된 미용성형분야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다. 특례법 제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사고 관련 입증책임 전환 규정이 없다"며 "의료사고 관련 입증책임이 피해자·유족에게 있는 한 책임보험·공제조합에 가입한 최대 보상한도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피해자·유족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의료사고 현장에는 충분한 설명도, 애도의 표시도, 예방을 위한 환자안전사고 보고도, 적정한 피해보상도 거의 없거나 드문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이것부터 먼저 입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계획의 철회와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의료인을 대상으로 형사고소를 최대한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적·제도적 개혁부터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의료계에서도 일부 불만이 나온다.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에 사망사고와 미용·성형 등은 제외될 수 있어서다. 의협은 "안정적인 필수의료 환경 조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례 적용 범위에 사망사고와 모든 진료과목을 포함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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