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 소프라노’ 박혜상 2번째 DG 앨범…“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

임석규 기자 2024. 2. 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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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홀.

앨범 제목 '숨'은 그에게 '삶과 죽음의 숨'이다.

앨범 수록곡들은 흔히 접하기 어려운 노래들이다.

박혜상은 "한국 노래를 부르거나 한복을 입을 때 자연스러운 힘이 생기는 경험을 하곤 한다"며 "중구난방처럼 보일지 몰라도 세이킬로스의 비문에 담긴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르도록 앨범을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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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킬로스 비문 영감 앨범 ‘숨’
13일엔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
도이체그라모폰(DG)에서 두 번째 앨범 ‘숨’을 발매한 ‘월클 소프라노’ 박혜상(36)이 5일 서울 코스모스홀에서 노래하는 모습. 유니버설 뮤직 제공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홀. 무대에 오른 소프라노 박혜상(36)이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에 아베마리아 가사를 붙인 노래와 우효원 작곡 ‘가시리’를 불렀다. 두 번째 정규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였다. 2020년 데뷔 앨범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음반엔 ‘숨’(Breathe)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그에겐 ‘월클’(월드 클래스)이란 수식이 붙는데, 이력을 보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도이체그라모폰(DG)에 소속된 최초의 한국인 성악가가 그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 레이블과 전속 계약을 맺은 성악가는 아시아권에서도 그가 유일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를린 국립오페라 극장에서도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는 “도이체 그라모폰 소속이란 데 대해 은근한 자부심이 있다”면서도 “그런 것들에 감정을 담다 보면 나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어서 자꾸 선을 긋게 된다”고 했다.

앨범 제목 ‘숨’은 그에게 ‘삶과 죽음의 숨’이다. “2021년 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순간에 잃는다는 무력감, 죽음에 대한 고통이 짓눌렀어요. 외로움과 불확실성, 의심과 분노 등 무수한 감정들에 압도당했습니다.” 그는 “팬데믹 기간에 느꼈던 극심한 두려움으로부터 비롯한 음반”이라며 “개인적으로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겪었다”고 했다. 2022년엔 배낭 하나 둘러메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다. 25일 동안 날마다 20~30㎞씩 걷고 또 걸었다.

소프라노 박혜상(36)은 도이체그라모폰(DG)와 전속 계약을 맺은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 성악가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앨범을 준비하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악보인 ‘세이킬로스의 비문’을 접하게 됐다. 아내의 죽음을 기리는 내용의 비문에서 “살아 있는 동안은 빛나라/ 결코 슬퍼하지 말라”는 구절이 그의 가슴에 화살처럼 꽂혔다. 그는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가 이 문구”라고 말했다.

‘노마드’(유목민)를 자처하며 일정한 거처 없이 자유롭게 떠돌던 그가 얼마 전에 정착민으로 돌아섰다. 뉴욕과 베를린의 창고에 짐을 보관해 두고 가방 2개 싸 들고 영국과 독일, 미국과 한국을 오가던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에 살 곳을 마련한 것. “7년 동안의 노마드 생활을 끝냈어요. 집은 마음속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어머니의 권유를 받아들였지요.” 그는 “비록 집에 머무는 기간이 1년에 3개월 정도에 불과하지만, 막상 집과 내 침대가 생기니 이렇게 편할 줄 몰랐다”며 웃었다.

앨범 수록곡들은 흔히 접하기 어려운 노래들이다. 그가 현대음악 작곡가 루크 하워드에게 세이킬로스의 비문을 넣어 의뢰한 편곡 작품이 첫 곡이다. 한국 작곡가 우효원의 아쟁 연주에 목소리를 얹은 레퀴엠(진혼곡) 형식의 한국 가곡 ‘어이 가리’도 실었다. 박혜상은 “한국 노래를 부르거나 한복을 입을 때 자연스러운 힘이 생기는 경험을 하곤 한다”며 “중구난방처럼 보일지 몰라도 세이킬로스의 비문에 담긴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르도록 앨범을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소프라노 박혜상이 도이체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2집 앨범 ‘숨’. 유니버설 뮤직 제공

앨범 재킷은 그가 물 속에서 기도하듯 명상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 촬영을 위해 타이에서 프리다이빙까지 배웠다. 오는 13일엔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도 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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