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푸틴의 위험한 ‘북한 카드’ 사용법

박민희 기자 2024. 2.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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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둘러싸고 맹렬한 비난과 대사 초치 등을 주고 받으며 충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북한 정권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말한 것에, 직접 당사자가 아닌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나서 "노골적으로 편향됐다" "혐오스럽다"고 비난한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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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김재욱 화백

한국과 러시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둘러싸고 맹렬한 비난과 대사 초치 등을 주고 받으며 충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북한 정권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말한 것에, 직접 당사자가 아닌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나서 “노골적으로 편향됐다” “혐오스럽다”고 비난한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밀착이 한-러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가 윤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콕 집어 문제 삼은 것은, 북-러의 긴밀한 공조를 과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이 위해 북한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지난해 9월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러시아에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공급하는 대량의 포탄과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세를 러시아에 유리하게 바꾸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한편으로, 러시아는 한국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면,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넘기겠다’고 암시하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공급하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려 해왔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한단계 더 나아가 ‘북한 카드’를 활용해 동북아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대담해진 북한이 동북아에서 국지적 도발을 벌이고 핵·미사일 위협을 강화하면,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한국전쟁 당시 스탈린이 미국의 관심을 아시아로 돌려 유럽에서 소련에 유리한 정세를 만들기 위해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승인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중국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팡닝 전 중국사회과학원 정치연구소장(쓰촨대 석좌교수)은 지난달 포럼에서 “러시아가 전장 너머의 물을 흙탕물로 만들고 더 많은 화약고를 만들어 서방의 주의를 분산시켜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줄이려 한다”면서 “중국의 문 앞에서 문제를 일으키려는 러시아의 잠재적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미사일, 정찰위성, 잠수함 기술 등을 제공하는 것은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문제가 된다고 보고 있다.

푸틴과 김정은 모두 미국 내 고립주의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트럼프의 귀환’이 현실이 되면 주한미군 철수나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도 가능하다고 기대하며, 점점 더 대담하게 행동하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북한 밀착의 위험한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경계해야 하지만, 러시아가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았다고 말싸움을 주고 받는 것은 현명한 상황 관리는 아니다. 한-러가 요란하게 싸울수록 북한은 더욱 대담해지고 도발의 위험은 높아진다. 한러 관계에 ‘청신호’가 될 수 있었던 러시아 외교차관의 방한 동안 벌어진 소동을 보며, 김정은은 웃었을 것이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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