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 서울행 비행기 탑승 직접 알렸다, 신체검사→이번주 내 계약 임박... 'EPL 빅네임' K리그서 드디어 본다
린가드는 5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사진 하나를 올렸다. 여기서 린가드는 수화물을 가득 실은 채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적기인 대한항공 창구에서 대기하면서 서울로 오는 것임을 짐작케 했다.
사진과 함께 린가드는 비행기와 손가락 브이 이모지(emoji)를 달아 자신이 이동을 앞두고 있음을 밝혔다. 이 소식을 전한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계약은 향후 며칠 내 마무리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BBC를 인용,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한국에 도착한 후 FC서울의 캠프지인 일본 가고시마에 합류할 예정이다"며 "상당한 규모의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인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린가드)는 다음주 초 한국을 방문해 구단을 방문하고 이적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로마노는 축구 이적시장과 관련해서는 공신력이 높은 인물이다. 그가 린가드와 FC서울의 계약이 임박했음을 알리면서 초대형 선수가 한국에서 뛰게 됐다.
영국 BBC도 이날 "린가드가 FC서울과 2+1년 계약 가능성이 있다. 한국행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린가드 측이 FC서울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이지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디 애슬레틱UK'도 이날 "전 맨유 윙어 린가드가 한국의 FC서울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 아직 절차가 남았지만 잘 마무리되면 장기 계약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른 매체 더 선은 "FC서울에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미드필더 기성용이 있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와 뉴캐슬에서 뛰었다"며 "기성용은 FC서울의 지난 시즌 K리그1 7위 달성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린가드는 무려 26개 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알려진 구단으로는 FC서울과 이탈리아 세리에A의 SS 라치오 등이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도 제의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린가드의 선택은 K리그로 넘어오는 모양새다.
린가드의 이적이 성사될 경우 K리그 역사상 가장 이름값 높은 외국인 선수 중 하나가 상암(서울월드컵경기장)을 누비게 된다. 린가드는 한때 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티이드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핵심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7살 때 맨유 유스에 입단해 성장한 그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임대 세 시즌을 제외하고 맨유에서 통산 232경기 출전해 34골을 넣으며 전성기를 보냈다.
2014년 맨유에서 프로 데뷔한 린가드는 경험을 쌓기 위해 그해 더비 카운티로 한 시즌 임대됐다. 맨유로 돌아왔다. 기량이 물이 오르기 시작한 린가드는 2015~2016시즌 루이스 반할 감독의 총애 속에 공식전 40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거듭났다. 이후 2019~2020시즌까지 5년간 매 시즌 40경기 가깝게 뛰며 오랜 기간 주축으로 활약했다.
2018-19시즌부터 맨유에서 입지가 흔들렸다. 시즌 초반 군나르 솔샤르 감독 체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부상을 당한 이후 후유증에 시달렸다. 공식전 36경기를 뛰며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2019-20 시즌에는 커리어 최악의 시기를 겪었다. 시즌 마지막 경기인 38라운드가 돼서야 리그 첫 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렸다. 팬들은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보다 공격포인트가 적다며 비난 강도를 높였다.
2020~2021시즌에는 입지가 줄어들자 후반기에 웨스트햄으로 임대를 떠나 '임대 신화'를 쓰기도 했다. 웨스트햄에서 16경기만 뛰고도 9골(4어시스트)을 폭발시켰다. 당시 웨스트햄 완전 이적을 원했던 린가드는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설득해 맨유로 돌아왔다. 하지만 한창 폼이 올라온 린가드는 또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21~2022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제이든 산초가 합류해 뛸 기회가 없었다. 결국 리그 16경기 출전에 2골만 넣었다.
결국 린가드는 맨유와 23년 인연을 정리했다. FA로 팀을 떠났다. 영국 'BBC'에 따르면 린가드는 맨유의 대우에 실망했다. 린가드의 선택은 승격팀 노팅엄행이었다. 지난 시즌 그는 파격 대우를 받으며 노팅엄 포레스트로 떠났다. 기존 최고 주급 수령자였던 스티브 쿡의 4배가 넘는 15만 파운드(약 2억 3000만원)로 계약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노팅엄에서도 주전 경쟁을 밀리며 2골2어시스트에 그친 뒤 방출됐다. 1년 연장 옵션이 있었지만 높은 주급에 걸맞지 않은 활약으로 재계약은 무산됐다. 결국 이번 시즌까지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무적 신세로 전락했다.
현역 복귀 의지는 강했다. 린가드는 SPL의 알 이티파크 전지 훈련에 참가했다. 연습 경기에서도 득점을 터트리는 등 긍정적인 기류가 흘렀다. 영국 현지에서도 린가드가 알 이티파크와 계약할 것이라 전망했다. 프리미어리그 시절부터 익숙한 스티븐 제라드(45)가 감독으로 있었다.
연습생 신분으로 두 번째 도전이었다. 린가드는 노팅엄 계약 만료 후 웨스트햄에서 시범 경기를 뛰며 정식 계약을 노렸다. 하지만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린가드를 포기했다. '미러'에 따르면 당시 모예스 감독은 린가드의 체력이 프리미어리그 수준에 못 미쳤다고 판단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활약할 때가 있었다. A매치 32경기에 출전한 린가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6경기를 뛰며 잉글랜드의 4강 진출에 일조했다.
지난 여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에티파크로 직접 날아가 한 달 가량 훈련했던 린가드는 사우디 리그 이적을 눈앞에 둔 것처럼 보였지만 외국인 선수 제한 문제와 높은 주급 문제로 결국 이적이 무산됐다. 바르셀로나 이적설도 퍼졌다. 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린가드를 바르셀로나가 섣불리 영입하기에 위험수가 따랐다. 사비 에르난데스 바르셀로나 감독도 지난 여름 "미드필더 파블로 가비가 부상을 당해 새 선수 영입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금 선수단에 다른 선수 이름을 넣을 여유가 없다"고 이적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린가드의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축구를 할 수 있다면 어느 팀에서든 뛰고 싶다"고 밝힌 인터뷰가 재조명되고 있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에 따르면 당시 이적 난항을 겪던 린가드는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하고 있다. 어떤 팀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고 나한테 맞는 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단지 축구를 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꾸준한 출전을 원한다. 나는 계속 간절하다. 열심히 훈련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도 옵션 중 한다. 많은 유명 선수들이 사우리도 이적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지난 몇 년간 큰일을 해냈다. 하지만 사우디 이적도 제 상황에 맞아야 일어나는 것이다. 제 직감에 따르겠다. 그저 경기장에 나가고 축구를 하고 싶다. 난 여전히 성공에 목말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계약을 확정한 기성용은 구단을 통해 "지난 시즌이 끝나고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특히 시즌이 끝난 이후 지도자 코스를 진행했고 영국에서 많은 감독님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더 많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여서 재계약까지 기간이 길어진 것에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재계약 소감을 전했다.
김기동 감독을 향한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기성용은 "다시 팬들 앞에 서겠다고 결정한 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김기동 감독님이 서울 감독으로 부임하시고 통화를 나누면서확답을 못 드렸던 게 죄송스러웠다. 감독님에 대한 확신이 있고 능력이 있으신 분이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선보이려 한다"고 전했다.
유럽과 사우디아라비아리그 문을 두들겼던 린가드는 무적 생활 약 7개월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영국 현지도 예측하지 못했던 한국의 서울행이 유력하다. K리그가 개막하기 전 서울 전지훈련에 합류해 발을 맞출 전망이다. 최근 K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 중 이름값은 최고다. 세기의 이적이라 불릴 만하다.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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