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못 잤다" 정신병원서 옆 환자 때려 죽인 40대, 징역 15년

결박된 환자 복부를 주먹으로 내려쳐
범행 후 코에 손대 보며 숨 쉬나 확인
법원 "심신미약 감경, 타당하지 않아"

게티이미지뱅크

수면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같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때려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 류경진)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2일 오전 4시 24분쯤 인천 계양구 한 정신병원에서 같은 병실을 쓰던 남성 B(50)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B씨가 시끄럽게 해 잠을 못 잤다며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정신질환을 이유로 손과 발이 모두 침대에 묶여 있던 B씨의 가슴과 배를 여러 차례 주먹으로 내려쳤다. 당시 요양보호사가 말렸는데도 폭행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B씨는 장기 출혈과 갈비뼈 골절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숨졌다.

A씨는 범행 10여 일 전 순찰차를 파손해 체포됐다. 당시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증상을 보였고, 유치장 수감 당시 근무자를 폭행해 정신병원으로 응급 입원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B씨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은 범행 1시간 뒤 피해자의 코에 손을 갖다 대 숨을 쉬는지 확인하기도 했다"며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피고인은 자신보다 체격이 왜소한 데다 결박당해 저항할 수 없는 피해자의 복부를 여러 차례 때렸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키 178㎝에 몸무게가 110㎏이었던 반면 B씨는 키 170㎝, 몸무게 61㎏으로 체격이 더 작았다.

법원은 이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 등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판단되지 않고,그렇다고 해도 범행 경위 등을 고려하면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을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극성 정동장애로 충동적으로 범행한 점과 피해자가 사망한 결과에 대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