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는 해냈다’ 한화 신인왕 집안 경쟁 만든다? ‘신구장 시대’ 트로이카 기대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화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자존심을 구겼다. 매년 리빌딩을 앞세우고, 그 성과를 기대하다, 속절없이 추락하는 성적에 좌절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 굴욕의 시간에서 3년 연속 신인 전체 1번 지명권을 얻었다. 최하위를 위로하는 몇 안 되는 위안이었다.
믈론 각자의 해에 최대어로 평가됐던 심준석(피츠버그)과 장현석(LA 다저스)이 KBO리그 드래프트보다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해 약간 김이 새기는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선수도 만만치 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한화는 3년 연속 드래프트에서 한화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문동주, 2023년 김서현, 2024년 황준서를 차례로 지명하며 향후 팀을 이끌어나갈 재목들을 수집했다. 많은 팬들이 이 거대한 재능을 반기고 즐거워했다.
가장 먼저 지명된 문동주는 가능성을 터뜨리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던지며 좋은 평가를 받았던 문동주는 팀의 각별한 관리 속에 비교적 순탄한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한화는 아직 골격이 다 완성되지 않은 문동주의 배를 가를 생각이 없었고, 2022년은 실전 등판보다는 트레이닝에 주안점을 두며 문동주를 관리했다. 첫 해에는 1군 28⅔이닝 소화에 그쳤다. 1군의 맛을 보고 보완점을 찾는 정도의 의의를 가진 이닝이었다.
그런 문동주는 지난해 거침없는 성장으로 ‘왕자’라는 별명을 증명했다. 상당 부분 족쇄가 풀린 문동주는 지난해 23경기에서 118⅔이닝을 던지며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로 활약했다. 한화의 이닝 관리 속에 시즌을 일찍 마치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사실상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금메달에 일조하기도 했다. 2022년 신인상 자격 기준이 30이닝 미만을 던진 까닭에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떠올랐고 2023년 신인상을 기어이 품에 안았다.
한화는 문동주에 이어 지명된 두 명의 투수도 차분하게 뒤를 따라가길 바라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서현도 지난해 1군 22⅓이닝을 던져 신인상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신인인 황준서도 고졸 루키 중에서는 가장 유력한 신인상 후보 중 하나로 뽑힌다. 두 선수가 하나의 트로피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화의 체질이 살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팀의 리빌딩 졸업도 빨라질 수 있는 셈이다.
시속 150㎞대 중‧후반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김서현은 지난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시범경기 당시부터 자신감 넘치는 피칭으로 한화 관계자들과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더니 예상보다 일찍 1군 무대에 올랐다. 당당한 투구로 좋은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제구 문제에 시달리면서 성적이 저조해졌고, 결국 1‧2군을 오가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을 법한 시기였다.
하지만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를 진행하며 문제점을 차분하게 보완했다. 한화가 올해 김서현의 더 나은 시즌을 예상하는 이유다. 문동주도 처음부터 잘 나갔다는 건 아니다. 김서현도 어떠한 계기가 있다면 확 치고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가장 어린 황준서는 지난해 고교 야구 최고 좌완이었다. 우완 정통파인 문동주, 우완 스리쿼터에 가까운 김서현을 얻은 한화는 좌완 황준서까지 지명해 마운드의 잠재력과 구색을 더했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호주 캠프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구위를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패스트볼이 받쳐주고 있고, 스플리터라는 확실한 결정구도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무엇보다 150㎞를 던질 수 있는 좌완이다. 옛말이 맞다면 지옥에 가서 데려와야 할 투수다.
한화는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차근차근 그리고 있다. 문동주는 올해는 이닝 제한이라는 족쇄를 상당 부분 풀고 자신의 한계를 실험할 가능성이 있다. 토종 에이스로서의 완벽한 자리매김이 기대를 모은다. 김서현은 불펜에서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황준서는 팀에 좌완 선발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발로 둔다. 1군에 자리를 잡지 못해도 2군에서 선발로 꾸준하게 육성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2025년 오매불망 기다리던 새 구장이 완공된다. 이 새 구장 시대를 이끌 투수 트로이카가 언제쯤 완성판을 선보일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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