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코막혀" 열 안나 안심했는데…방심하다 '큰 코' 다치는 이 병

박정렬 기자 2024. 2. 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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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축농증은 콧속의 부비동이라는 작은 공기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농이 고인다고 해서 축농증이라 부르지만, 의학적으로 정확한 병명은 '부비동염'이다. 특히 감기에 걸려 약을 먹었는데도 2주 이상 계속 기침이 나오면 감기가 아니라 급성 축농증일 가능성이 크다. 어린아이들에게 흔한 병으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축농증으로 악화할 수 있어 조기 대처가 중요하다.
축농증 환자 절반이 10대 미만
부비동은 태어난 후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콧속 구조다. 갓 태어난 아기와 성인의 부비동은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병원장은 "부비동은 총 네 쌍(상악동, 전두동, 사골동, 접형동)으로 구성되는데, 갓 태어났을 때는 상악동이 콩알만 하고 전두동과 사골동은 아직 형태적으로 분리되지 않는 등 미숙한 상태"라며 "제각각 다른 속도로 분화하고 성장해 10대 중반이 지나야 성인과 유사한 형태를 갖춘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부비동을 포함해 코의 구조나 기능이 모두 미숙해 염증이 잘 생기고, 조금만 부어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특히 어릴 때 축농증이 발병하기 쉬운 건 감기에 잘 걸리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좁은 부비동 입구가 감기로 인해 부어 막히면, 염증성 분비물은 증가하는데 콧구멍(비강)으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고여 농으로 변한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축농증 환자의 대부분은 소아·청소년이다. 지난 2022년 기준 전체 환자는 260만명가량으로 이 중 절반 정도가 10대 미만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 방역 조치 완화로 감기와 독감이 연중 유행하면서 덩달아 축농증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심평원의 자료를 보면 감기 등으로 인한 급성 축농증 환자는 2020년 253만3800명에서 2021년 2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가 1년 만에 다시 30% 이상 급증해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내시경 수술, 풍선확장술 등 치료법 다양해
축농증은 일반 감기처럼 재채기나 기침, 콧물, 코막힘은 동일하게 나타나지만 열이 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이상덕 병원장은 "감기에 걸린 후 열이나 몸살은 사라졌는데 얼굴의 열감과 함께 기침, 끈적한 콧물, 코막힘 증상이 남았다면 급성 축농증을 의심해야 한다"며 "누웠을 때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콧물이 목으로 흘러가(후비루) 기침이 자주 나오는 것도 축농증의 증상"이라고 조언했다.

감기 등으로 인한 급성 축농증은 감염이 동반돼 항생제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 효과가 꽤 좋은 편이다. 그렇다고 급성 축농증을 가볍게 여겨 방치하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중상이 지속하는 만성 축농증으로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만성 축농증일 땐 코막힘으로 냄새를 잘 못 맡고, 심한 두통을 겪거나 입 냄새가 심해져 학업과 업무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밤에 깊이 자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아 삶의 질이 뚝 떨어진다.

만일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재발성, 난치성 축농증이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부비동의 염증을 없애고 좁아진 입구를 넓혀 공기 순환과 고름 배출을 도와 증상 완화를 꾀한다. 과거에는 위턱뼈를 깨고 부비동으로 접근해 수술했지만, 최근에는 내시경으로 부비동을 직접 들여다보며 수술하는 게 일반적이다. 환자가 고령이거나 코뼈 성장이 끝나지 않은 17세 이하일 때는 가는 관을 통해 풍선 카테터를 부비동으로 밀어 넣고, 이후 팽창시켜 좁아진 부비동 입구를 넓히고 세척하는 '부비동 풍선 확장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 병원장은 "축농증은 정확한 원인 분석과 맞춤 치료로 90% 이상 완치할 수 있다"라며 "코는 호흡기 건강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잘 관리하면 콧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식이나 기관지염 같은 하기도 질환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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