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관 SNS 몰려가 증시 폭락 하소연한 중국인들...경제난 발설 금지령 '역효과'

조영빈 2024. 2. 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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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투자자들이 주중 미국대사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찾아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 대사관 SNS에 중국 증시 비판론이 줄을 잇는 기이한 현상이 이어지자 또 다른 사용자는 "(미 대사관 계정이) 중국 개인투자자의 '통곡의 벽이 됐다'"고 적기도 했다.

주가 급락에 분노한 중국 투자자들이 자국 정부에 하소연조차 할 수 없자 댓글이라도 달 수 있는 미국 대사관 SNS에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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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사관 웨이보 '기린 보호' 게시물에
"거래소 폭파 미사일 달라" 증시 비판론
주중 미국대사관의 웨이보(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멸종위기의 기린을 보호하는 활동을 소개하는 게시물(사진)이 올라와 있다. 반면 댓글에는 기린 보호와는 관계없는 중국 증시 폭락에 대한 비판론이 이어졌다. 웨이보 캡처

중국 증시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투자자들이 주중 미국대사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찾아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제 위기를 입에 올리지 말라'는 당국의 엄포에 미국으로 몰려가 경제난을 하소연하는 촌극이 펼쳐진 것이다.

5일 주중 미국대사관의 공식 웨이보 계정을 보면, 지난 2일 게시된 '야생 기린 보호'에 관한 글에는 댓글 14만여 개가 달렸다. '좋아요'는 67만 건을 받았고 1만5,000여 개의 재게시물도 올라와 있다.

이 글은 중국 주식 시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멸종 위기종 기린 보호 활동을 다루고 있다. 반면 댓글은 주가 폭락 하소연으로 넘쳐났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한 사용자는 댓글에 "상하이증권거래소를 폭격할 수 있도록 미사일을 달라"고 썼고, 다른 사용자는 중국 증시 실적을 '카지노', '처형장' 등에 빗대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미국 대사관 SNS에 중국 증시 비판론이 줄을 잇는 기이한 현상이 이어지자 또 다른 사용자는 "(미 대사관 계정이) 중국 개인투자자의 '통곡의 벽이 됐다'"고 적기도 했다.

홍콩 주식거래소 앞에 설치된 홍콩항셍지수 거래표 앞에서 한 시민이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다.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증시는 최근 중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처하면서 연일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1년 초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시가총액 6조3,000억 달러(약 8,400조 원)가 중국 증시에서 증발했다. 상하이·선전 증시 대형주로만 구성된 CSI300지수마저 지난달 5년 만에 최저치까지 급락하며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반면 중국 국가 기관이나 국영미디어의 웨이보 공식 계정은 대체로 댓글 기능이 비활성화돼 있어 국민 개인이 온라인에서 정부에 의견을 내기 어렵다. 주가 급락에 분노한 중국 투자자들이 자국 정부에 하소연조차 할 수 없자 댓글이라도 달 수 있는 미국 대사관 SNS에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최근 '경제 위기 자체를 언급하지 말라'는 지침을 쏟아내고 있다.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지난해 말 "중국 경제를 쇠퇴시키려는 '말의 흉계'가 계속 등장 중"이라며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이 같은 범죄 행위를 단호히 단속·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제 당국은 비슷한 시기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경제 선전 및 여론 지도 강화' 방침을 내며 "중국 경제의 광명론을 노래하라"고 주문했다. 실제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달 2일 자 기사에 "전국이 낙천주의로 가득 차 있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기사를 내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는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써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하지만 때때로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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