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손상에도 위험신호 없어, 간암 5년 생존율 39% 불과”
지난해 말 공개한 국가암등록통계에서 2021년 국내 신규 암 발생자수는 27만7523명인데 이중 간암 신규 환자는 1만5131명(5.5%)이다.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등에 이어 7번째다. 반면 최근 5년(2017~2021) 상대 생존율은 39.3%로 췌장암(15.9%), 담낭 및 기타 담도암(28.9%), 폐암(38.5%)에 이어 4번째다. 전체 암의 상대 생존율 72.1%에 크게 못 미치친다.
부지원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간에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염증이나 간암 등이 발생해도 초기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암세포가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부와 점막을 침범해야 비로소 증상을 느낀다”며 “낮은 생존율은 위협적이지만 B와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간경변증 등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만큼 관리만 잘한다면 예방과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 간경변증 등 선행 질환 주로 발생
간은 신체의 대사과정에 관여하는 장기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인체 각 조직에서 필요한 영양소의 형태로 적절히 변화시켜 이용하는데, 이때 남은 노폐물을 처리하는 대사기능을 한다. 간에 악성종양이 생겨도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후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지고 황달이나 심한 피로감, 배에 복수가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이미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못한 암이지만, 다행인 것은 암으로 발전하기 전 생기는 선행질환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점이다. 즉, 선행질환 단계에서 치료만 잘하면 예방할 수 있다.
대한간암학회가 발간한 ‘2022년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간암의 주된 원인은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 순이다. 이 외 지방간이나 자가면역성 간염도 원인으로 꼽히는데, 특히 만성 간염과 과도한 음주 등으로 정상적인 간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은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주는 대표적 선행 질환이다. 간암 환자의 약 80%에서 간경변증이 나타나고 이후 간암 발생률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정기검진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암은 간 수치 혈액 검사와 간암 종양 지표(AFP), 초음파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진단한다.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는 정기적으로 간암 종양 지표 등의 수치가 정상으로 유지되는지, 새로운 병변은 없는지 등을 체크해야 한다.
간은 기능이 절반 이상 떨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만약 충분한 시간 수면을 취하는데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극심한 피로나 권태감이 느껴지는 경우, 오른쪽 윗배가 답답하거나 불쾌감이 있는 경우, 갑자기 술이 약해지고 깨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간 건강을 체크해 봐야 한다.
● B, C형 간염 예방, 과도한 음주 자제
간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B, C형 간염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 중 약 75% 정도가 B형 간염바이러스, 10% 가까이가 C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데, 접종 이후 체내에 항체가 형성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C형 간염은 백신이 없기 때문에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손톱깎이, 면도기, 칫솔, 주사기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소독하지 않은 침이나 뜸, 문신 등으로도 감염이 될 수 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 예방을 위해서는 술을 절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한 경우에는 간경변증으로 이환될 확률이 높으므로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최근에는 과체중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도 간암 원인으로 알려진 만큼, 적절한 신체활동과 식단 조절로 대사증후군을 예방해야 한다.
부지원 과장은 “만 40세 이상이면서 B형, C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이거나, 연령에 상관없이 간경변증을 진단받았다면 6개월 단위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또 간암은 수술을 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으로 높아 치료 후에도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CT나 MRI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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