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초1도 오후 3시 하교한다는데···인력과 공간 문제는 우려
학교 정규수업이 끝난 뒤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을 길게는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봐주는 ‘늘봄학교’가 3월부터 전국 2700개 초등학교에서 실시되고,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저출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초등 저학년 돌봄공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공간과 인력 대책이 충분하지 못해 우려도 함께 나온다.
올해부터 초1 ‘오후 3시 하교’ 현실화···맞벌이 유무 등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
교육부는 5일 경기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의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보통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가 직장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 그 짐을 정부가 좀 많이 책임지고 덜어드리겠다. 페어런츠(부모) 케어에서 퍼블릭 케어 즉 국가돌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최대 오전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원하는 학생에게 다양한 방과후·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 학교에서 제공하던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통합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하교 시간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이른 오후 1시로 앞당겨지면서 갑작스럽게 ‘돌봄 공백’이 생기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기존 체제에서는 맞벌이 등 우선순위 가정 위주로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원칙적으로’ 원하는 학생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올해 1학기에 먼저 전국 초등학교 약 2700곳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2학기에 6000곳 초등학교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2026학년도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초등학생이 참여할 수 있다.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은 학교 적응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씩 무료로 받는다. 초1의 성장발달 단계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학교 적응을 돕고, 하교 시간도 오후 3~4시쯤으로 늦춰 돌봄 부담과 사교육 수요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내년에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초2까지 제공하고 이후 추가 확대 여부는 성과를 평가해 결정하기로 했다.
‘돌봄 탈락해 학원 뺑뺑이’ 없도록 하겠다지만···공간·인력 문제 풀릴까
늘봄학교 시행으로 돌봄 대기·탈락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지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학기 초 기준 돌봄교실에 들어가고 싶은데 탈락한 인원은 1만5000명에 달한다. 정부가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학기 말까지도 대기수요 2000명은 해소되지 못했다. 원칙적으로 늘봄학교 시행 후에는 누구나 원하면 돌봄을 받을 수 있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위해 교육부는 올해 예산 1조1657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보다 4672억원 늘었다. 늘봄학교 확대에 맞춰 늘봄교실(기존 돌봄교실)을 200개 확충하고, 특별실과 도서관 등 기존 교내 공간을 탄력적으로 활용하거나 교실을 개방한 교원들에게 연구비 등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거점형 늘봄센터를 7곳 운영하는 등 학교 밖 지역 교육공간도 연계한다. 초1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으로 돌봄교실 이용 수요가 분산될 거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돌봄교실 200개 확충민으로 고질적인 돌봄교실 공간 부족 문제가 해소되기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교육부는 한 교실당 20명 내외로 정해져 있던 늘봄교실 학생 수를 교육청과 학교별 여건에 맞게 시도교육청별로 ‘자율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 20여명을 전담사 1명이 담당하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큰데, 인력 확충 없이 돌봄교실 수요만 더 늘어나면 돌봄의 질이 떨어지거나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 교실을 반씩 갈라 돌봄교실에 오는 아이들을 수용하는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늘봄학교 도입을 앞두고 실무를 맡을 인력 간에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교육부는 교사에게 늘봄학교 업무를 맡기지 않겠다며 올해 1학기에는 기간제 교사를 뽑아 관련 업무를 맡기고,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교원과 분리된 운영체제를 만들기로 했다. 교무실·행정실과 분리한 ‘늘봄지원실’을 만들어 큰 학교에는 지방공무원에게 실장을 맡기고, 각 학교당 1명씩 교육공무직이나 공무원 등을 실무직원으로 채용한다.
공무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는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공무원에게 늘봄학교 업무를 전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늘봄학교를 학교가 아닌 지자체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교사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초등교사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규모가 작은 학교는 교감이 늘봄지원실을 관리하게 될 것이고 늘봄학교에 학생이 있는 동안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학교폭력 등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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