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측 심경 고백 “故 이선균도 나랑 똑같은 말 남겨”

지난 1일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입장을 밝힌 주호민 작가. 트위치 캡처

 
웹툰 작가 주호민씨 부부가 아들을 지도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진 후 일었던 비난 여론에 고통스러웠다면서 특히 배우 故 이선균씨의 사망 이후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주씨 부부는 그간의 비난 여론에 대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주씨의 아내인 한수자씨는 “비난 속에서 남은 이야기는 장애 아동을 분리하라는 이야기였다”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포장돼 있던 게 벗겨졌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주씨 부부는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한씨는 “녹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 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방에 녹음기를 넣었다. 녹취록을 풀면서 평생의 트라우마를 얻게 됐다”고 언급했다.

주씨는 A씨에게 유죄가 선고된 지난 1일 진행한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아내에게 죽겠다고 말하고 유서를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故 이선균씨 사망 소식을 듣고선 “그분이 나랑 (유서에) 똑같은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며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추도하는 기도도 혼자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서는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을 뽑고 본질을 왜곡하면서 여론이 불바다가 됐다. 그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면서 “고통스러운 반년이었다. 판결이 나왔지만, 상처만 남았다. 나는 여기서 마무리되길 바라는데, A씨가 항소한다고 하니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서 막막하고 괴롭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지난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등의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유죄는 인정하지만, 형의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이에 따르면 재판부는 특수교사의 학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셈이다.

법원은 주씨의 아들이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점, 현장의 다른 학생들이 학대를 목격해도 증언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녹취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주씨는 선고 공판 후 취재진에게 “얼마 전 대법원에서 ‘몰래 한 녹음은 증거 효력이 없다’고 판결해 우려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기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사 전달이 어려운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을 보호할 방법을 다 같이 고민하면 좋겠다”고 했다.

판결 이후 A씨 측 변호사는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히며 “몰래 녹음한 내용을 유죄 증거로 인정하면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2년 9월13일 교실에서 주씨의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 정말 싫어” 등의 발언을 해 주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씨 측은 지난해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후 녹음 내용 등을 기초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교육계 일각에서는 ‘몰래 녹음’의 증거 능력이 인정된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 3일 “(동의 없이 녹음된 파일의) 예외적 증거 능력을 인정해 교실 내 불신과 다툼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전국특수교사노조는 지난 2일 “장애아동을 정상성에서 배제하고 별개의 특별한 집단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파장을 불러온 판결”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일 “이번 판결은 불법 몰래 녹음을 인정해 학교 현장을 사제 간 공감과 신뢰의 공간이 아닌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비판했다.

백진호 온라인 뉴스 기자 kpio9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