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5G 성장 둔화에 '버티기' 돌입…"AI 수익화에 집중"
가입자 증가보다 부가서비스 확대로…AI 적극 활용
비용 통제로 지난해 실적 방어에 성공한 SK텔레콤이 올해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무선통신 성장세가 둔화되자 무리한 매출 증대 대신 미래 먹거리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부가서비스를 발굴할 계획이다.
김양섭 SK텔레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5일 2023년도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아 올 한 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올해 매출 목표는 17조9000억원으로 2% 성장을 기대한다"며 "신성장 사업인 AI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SK텔레콤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1.8% 증가한 17조608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8% 증가한 1조7532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10%로 전년 대비 0.7%p 늘었다. ARPU(1인당 평균 수익)는 2만9562원으로 지난해 보다 3.1%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3만원대 ARPU가 무너진 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한 2971억원, 매출은 3% 증가한 4조5273억원이다.
SK텔레콤은 올해 무선서비스 등 통신 매출 부문에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상용화 5년 차에 접어들며 SK텔레콤 무선 통신 가입자의 68%가 5G에 가입한 상황이라 가입자 추가 유치가 어려울 전망이다. 김 CFO는 "당사가 유선 관련 엔터프라이즈(B2B) 사업을 확대하면서 IoT 회선이 많이 줄어 통합 ARPU가 소폭 하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주요 비용 안정화 기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SK텔레콤 영업비용은 전년 대비 1% 증가한 1조5855억원이었다. 특히 별도기준 2023년도 SK텔레콤 마케팅 비용이 전년 대비 0.6% 감소하며 비용 안정화 추세에 기여했다. CAPEX(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9.6% 감소한 2조7420억원이다.
SK텔레콤은 AI를 접목한 부가서비스로 "가입자 순증 위주의 성장 외 다양한 방법으로 무선 매출 관련 성장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통신은 5~6번 언급하면서 AI를 60번 넘게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폰 통화녹음이나 통화 요약 등 AI 비서 에이닷(A.) 같은 서비스로 고객을 유치하면서 해당 서비스가 결합된 프리미엄 요금제로 고객 수요를 집중시킬 계획이다. 김지훈 SK텔레콤 AI어시스턴트 담당은 "에이닷은 지난해 9월 정식 출시 이후 누적 가입자가 300% 증가해 340만명을 기록했다"며 "에이닷 이용자 규모와 트래픽 성장을 기반으로 수익 모델을 발굴 중이다"고 했다.
통신 특화 LLM(초거대 언어모델) 구축을 위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조상혁 SK텔레콤 AI전략제휴 담당은 "얼라이언스에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이엔, 싱텔, 도이치텔레콤 등 글로벌 14억명 가입자 데이터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통신 특화 LLM 규모를 확대하면 전 세계적으로 AI 사업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SK브로드밴드의 IPO(기업공개) 계획에 대해서 김 CFO는 "SK텔레콤과 유·무선 시너지를 창출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목적으로 최적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향후 시장 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 가장 적절한 시기에 추진 여부, 시기를 구체화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은 올해 새 배당정책을 공개할 계획이다. 3년간 진행됐던 주주환원 정책은 지난해로 종료됐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주당 배당금은 3540원으로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의결된다. 지난해 7월 발표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완료됐으며, 그중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는 이날 소각했다. 김 CFO는 "지난해 배당이 3% 성장했고,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의 주주 환원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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