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업부동산 위기에 글로벌 은행 흔들...한국도 '안전지대' 아냐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서 미국발 상업부동산 시장 위기설에 은행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일부 은행은 감원과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이뤄지는 등 여진이 계속 될 전망이다. 국내 금융권도 여파를 피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주 40% 넘게 낙폭을 기록했던 미국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는 2일(현지시간) 약 5% 상승하며 6.4달러를 기록했다. NYCB는 상업부동산 대출 부실과 이에 따른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을 밝힌 직후인 지난 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주가가 45% 가량 떨어지며 불안감을 키웠다. 주가는 주 마지막에 반등했지만,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점을 이어가는 와중에 큰 낙폭을 기록해 위기감이 여전하다.
국내 주요 금융사들도 해외 부동산 자산과 상품을 대규모로 보유해 영향을 받을 것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하나·신한·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총 18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북미와 유럽 지역에 투자가 몰려 있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해외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대출)은 2811억원으로 전년 동기 1529억원 대비 54.4% 느는 등, 그 비중이 빠르게 상승 중이다. 금리 상승에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연체율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판매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관련 펀드는 이미 손해를 확정하고 있다. 일례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총 9786억원을 들여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오피스 빌딩에 투자(맵스미국 9-2호)해 펀드 만기를 앞둔 지난해 10월 20% 가량 손해를 보고 7879억원에 매각했다. 일반투자자 자금이 3000억원 가량 들어갔는데, 이들은 손실을 입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 투자신탁229호'도 펀드 설정 이후 누적 손실률이 80%가 넘는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부동산에 대체 투자한 55조8000억원 중 20%에 해당하는 11조6000억원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에서 개인투자자는 2만3084명, 투자액은 8747억원에 달한다. 이중 국내 5대 은행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 잔액은 7531억원에 이르는데 상반기에 1061억원, 하반기에 1510억원 규모 펀드 만기가 도래한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부실이 국내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주요 선진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서도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일부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우리 경제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감사원은 최근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등 주요 공제회에 해외 대체투자 특별감사 재개 공문을 보냈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해외 대체투자 비중이 30%를 넘는 공제회에 우선 감사를 실시하고, 이후 국민·공무원·사학연금 등 연기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 상업용부동산 시장 위축은 이미 독일 등 유럽을 넘어 일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1일 3500명 규모 감원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같은 날 실적 발표에서 지난 분기에 미국 상업 부동산 손실 대비 충당금을 1억2300만유로(약 1억3000만달러)로 지난해(2600만 유로) 4배 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는 380억유로(약 54조원)로 전체 대출 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 실패를 이유로 스위스와 일본에서는 은행 최고경영자를 교체했다. 스위스 시중은행 줄리어스베어은행과 일본 도쿄에 본사를 아오조라 은행은 이달 들어 각각 CEO 사임 소식을 전했다. 줄리어스베어은행은 최근 오스트리아 부동산 기업 시그나그룹에 빌려준 7억달러를 손실 처리했다. 시그나그룹 지주사인 시그나홀딩스는 글로벌 상업부동산 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파산을 신청했다. 아오조라 은행은 지난 달 31일 미국 상업부동산 대출 부실에 대비해 324억엔(약 2억2140만달러)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 영향으로 아오조라 은행은 15년 만에 적자를 봤다.
리즈 안 손더스 찰스슈왑 최고투자전략가는 “상업부동산 문제는 백미러가 아닌 앞유리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끓어오르는 위기이거나 슬로모션(으로 진행 중인) 열차 사고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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